"테러범 다가왔을 때 극심한 공포"
(카이로·나이로비) 노재현 특파원 우만권 통신원 = "건물 1층에 있는 식당에서 큰 폭발음이 들려 프로판 가스통 폭발로 추정했지요. 하지만 아래층으로부터 층마다 총성이 여러 발 울려 테러 공격임을 직감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5층의 사무실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책상 아래로 몸을 피신했습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주재 LG전자 현지법인의 정장훈 법인장은 1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날 발생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자살폭탄·총격 테러 현장에서 구출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나이로비에서는 15일 알샤바브 무장대원의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사건 현장은 호텔, 은행, 레스토랑, 사무실 등 6개의 빌딩 블록이 들어서 있으며 특히 공격을 받은 '하노버(Hanover)' 블록에는 한국의 LG전자 현지법인과 현지 교민 협력사가 각각 5층과 4층에 입주해 있다.
15일 오후 3시 40분께 건물 1층에 있는 레스토랑 '시크릿 가든'에서 큰 폭발음을 들은 정 법인장은 테러 공격임을 직감하자 직원들에게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콜롬비아 지사 근무 시 유사한 사건을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 판단이었다.
이윽고 테러범 중 한명이 출입문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유리문이 박살 났지만, 다행히 사무실에 난입하지 않아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정 법인장은 "테러범 공격 당시 사무실에는 한국인 직원 8명을 포함해 30여명이 은신하고 있었다. 공포를 못 이겨 위층으로 도주한 2명의 (케냐인) 현지 직원 중 남자직원 1명은 결국 8층에서 테러범에게 피살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아 확인 중에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테러범들이 층마다 돌며 총격을 가하던 순간 4층 사무실에는 협력업체인 K사 대표 김 모 씨가 직원들과 몸을 숨기고 있었다.
김 씨는 전화통화에서 "오후 3시 반경 아래층 레스토랑 쪽에서 폭발 소리가 들리고 조금 있다가 총성이 울렸다. 내려가려는 데 누군가 대피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사무실로 되돌아와 숨었다. 이후 테러범들이 사무실 입구 유리문에 총격을 가했다. 유리문이 박살 나고서 극심한 공포를 느꼈으나 범인들은 위층으로 발길을 돌렸다"라고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
케냐 나이로비서 폭탄·총격 테러…"외국인 등 15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그는 "극심한 공포에 머릿속이 하얘졌으나 2시간쯤 지나고서 무장한 경찰들이 나타나 이들의 호위 속에 안전구역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4층 복도에서는 불발로 남은 수류탄 한 발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테러 공격이 진행될 당시 경찰 특공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들은 3층까지만 구출 작전을 펼치고 범인들이 있는 위층으로의 진입을 꺼렸으나 먼저 구출된 한국직원의 끈질긴 요청으로 구출 작전이 계속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16일 오전 TV로 생중계된 성명에서 "테러범들은 모두 사살됐고 사건 초기 1명은 자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4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으며, 케냐 군경이 700여명을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성명에서 대통령은 테러범이 모두 몇 명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이 앞서 공개한 CC(폐쇄회로)TV 화면에는 중무장한 4명의 테러범이 담겨있었다.
나이로비에서는 지난 2013년 고급 쇼핑몰을 겨냥한 알샤바브의 테러 공격에 한국인 여성 1명을 포함해 67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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