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항공료 필요' 거액 사취"…대학 축구감독 무죄

입력 2019-01-16 19:13  

"'전지훈련 항공료 필요' 거액 사취"…대학 축구감독 무죄
학부모 23명에게 2억7천만원 받은 혐의…법원 "범죄 소명 부족"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조상민 판사는 학부모를 속여 해외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서울 모 대학 축구부 감독 A씨와 코치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 등은 2008년 7월 항공료로 사용할 의사가 없으면서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총 8회에 걸쳐 축구부 학부모 23명으로부터 2억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항공료 결제대행업체에 돈을 지불한 뒤 학교 법인카드로 항공료를 다시 결제하고, 돈은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지훈련 항공료는 학교 예산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A씨 등이 항공료를 결제할 의사가 없이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축구부 재정을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다수 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학부모에게 전지훈련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연습게임, 심판 비용 등 일부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알리는 과정에서 '항공료 정도의 금액'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료가 지원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한 학부모가 경찰 수사에서 A씨가 항공료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관이 진술을 사실상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학부모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도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대학은 축구부 예산을 모두 법인카드로 써야 하고 현금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제 터키 전지훈련에서 운동장 사용료, 연습시합 심판 비용 등은 카드결제가 불가능해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등 현금을 사용해야 하는 경비가 다수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들이 전지훈련에서 현금을 써야 할 일이 있음을 학부모에게 알리고 지원을 요청해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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