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세 차례 피의자 조사…오늘은 조서 열람만 14시간30분
재판거래 혐의는 계속 부인…檢, 이르면 이번 주 구속영장 청구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17일 일단락 됐다.
그는 다섯 차례 검찰에 출두해 27시간(식사·휴식 시간 포함) 조사를 받고 그보다 더 많은 36시간 이상을 조사에 따른 신문 조서가 제대로 기재됐는지 검토하는 데 할애했다.
42년 경력의 '엘리트 법관'인 그가 조서를 유달리 꼼꼼히 검토하는 것은 검찰의 '패'가 무엇인지 추론해 향후 구속영장 청구와 재판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비공개로 출석해 오후 11시 30분까지 14시간 30분 동안 지난 15일 3차 검찰 조사 때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열람·검토했다.
11일 검찰에 첫 소환된 양 전 대법원장은 14일, 15일 세 차례에 걸쳐 27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첫 조사 이튿날인 12일과 이날은 자진 출석해 조사 없이 조서만 열람하고 돌아갔다. 조서 열람에 들인 시간은 11일(3시간), 12일(10시간), 15일(9시간), 17일(14시간 30분) 등 총 36시간 30분가량이다.
그의 조서 열람 시간은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길다. 2017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서 열람 시간은 7시간 30분, 이명박 전 대통령은 6시간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특검 조사 이후 5시간에 걸쳐 조서를 검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조서를 검토하는 것은 법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을 철저히 점검하고, 질문 내용을 통해 검찰이 어떤 증거를 가졌는지 추론해보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물어볼 내용은 15일 3차 소환에서 다 조사했다는 입장이어서 이날로 헌정 사상 최초의 전직 대법원장 소환 조사는 일단락됐다.
검찰은 1·2차 소환 조사 때 ▲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개입 ▲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수집 등 핵심 의혹을 조사하고, 3차 소환에서 남은 혐의에 대해 물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답하는 등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실관계가 뚜렷한 사안에는 "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정당한 인사권한 행사"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일반적으로 증거가 뚜렷한데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검찰은 증거 인멸이나 말맞추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이 필요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검찰 수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의 신병처리와 기소 여부 판단 정도를 남겨둔 상태다. 지난달 초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의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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