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2·8독립선언, 한일 젊은이 반성·화해 계기 되길"

입력 2019-01-21 06:11  

"100년 된 2·8독립선언, 한일 젊은이 반성·화해 계기 되길"
도쿄 2·8독립선언 자료실 일본인 실장 다즈케 씨 인터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청소년들은 한국을 꽤 좋아하면서도 역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무지합니다. 100주년을 맞는 2·8독립선언이 미래의 주역인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화해를 모색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간다(神田)에 있는 재일본한국YMCA(이하 도쿄YMCA)회관 10층에는 작고 낡아서 초라하지만 1919년 2·8독립선언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2·8독립선언 기념자료실'이 있다.
2·8독립선언은 1919년 2월 8일 조선인 유학생 600여명이 도쿄에서 조선의 독립을 외친 독립운동으로, 3·1운동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도쿄YMCA의 전신인 '재일본도쿄조선YMCA'는 유학생들이 뜻을 모으고 독립선언서를 만들어 외친 곳이다.
도쿄YMCA가 지난 2008년 보훈처 등의 도움으로 마련한 이 자료실은 도쿄 내에서 2·8독립선언의 역사를 알리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 자료실을 지키고 있는 자료실장은 의외로 일본인이다. 도쿄YMCA 부설 YMCA도쿄일본어학교 교장이기도 한 다즈케 가즈히사(田附和久·52)씨가 그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한국 역사를 전공한 뒤 한국에서 유학한 것을 계기로 도쿄YMCA에서 활동가로 일해온 그는 이곳 자료실이 생긴 이후 줄곧 자료실장을 맡아왔다.
한국어에도 능통한 그는 자료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2·8독립선언을 한일 두 나라의 언어로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2·8독립선언 기념자료실에서 만난 그는 2·8독립선언에 대해 "식민지시대 지배국의 나라 수도에서 목숨을 바쳐 독립을 외쳤던 용감한 역사"라며 "자료실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함께 찾는 곳으로, 한일 양국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화해를 통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다쓰케 실장에 따르면 자료실의 연간 방문객은 한국에서 온 학생들, 재일교포, 일본인 등 모두 1천명에 달한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제국주의의 상징인 인근의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둘러본 뒤 들르는 단골 코스 중 하나며, 일본인들에게는 식민지시대의 가해라는 과거의 역사를 마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다.
한편으로 재일동포들에게 2·8독립선언은 재일 한국인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있는 '사건'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다스케 실장은 이처럼 2·8독립선언이 한국과 일본, 재일교포 모두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며, 다음 달 8일인 100주년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힘을 줬다.
그는 "일본 학생들을 만나보면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 얘기에 열을 올린다"며 "한국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재일 유학생들이 조선의 독립을 외친 2·8독립선언이 이런 청소년들에게 과거를 마주 보며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기념관이 이를 돕는 공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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