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흔들리고 갈라져' 재개발 현장 주민들은 불안하다

입력 2019-01-17 16:11  

[현장 In] '흔들리고 갈라져' 재개발 현장 주민들은 불안하다
지진 난 것처럼 갈라진 영도 산복도로 인근 주민들 "우리 집도 불안"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달 20일 새벽 부산 영도구 아파트 공사현장 인근 도로가 갈라지고 내려앉았다.
이 도로는 1천200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개발 공사현장 바로 앞이다.
미세 균열로 주민 민원이 접수되자 시공사에서 도로 재포장이라는 '땜질 처방'을 한 지 이틀만이었다.
도로는 하루 만에 복구돼 차량 통행이 재개됐지만, 주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영도구는 전문가에 의뢰해 조사에 들어갔고 인근 아파트 공사가 도로 균열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1차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 대규모 재개발 현장 옆 지지난 것처럼 갈라진 도로…원인은?
구와 시공사인 아이에스 동서는 토지·기초 기술사 등 전문가 4명에 의뢰해 도로 균열원인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인근 아파트 공사로 인한 '지반 변형'을 원인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했다.
시공사는 정밀 조사를 위해 이달 초 한국지반공학회에 지반 조사를 의뢰했다.
시공사와 구는 3월께 나오는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밀 조사결과에 앞서 구는 주민들에게 균열원인과 향후 대책을 알리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설명회에는 아파트 공사장 인근 주민 50여명이 참여했다.
일부 주민은 도로가 갈라진 것뿐만 아니라 아파트 공사로 인근 주택 등 곳곳에 금이 가고 위험하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 주민들 "우리 집도 불안하다"…균열 민원만 20건 가까이
17일 영도구와 시공사 아이에스 동서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 이후 주택 벽면과 지면에 금이 갔다는 민원만 20여건이 가까이 접수됐다.
영도구 관계자는 "도로 균열 이후 아파트 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늘어났다"며 "지붕이나 벽면에 금이 갔다는 민원만 10건이 넘는데 소음과 분진 민원은 이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공사에서 현장을 방문해 공사와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입증된 7곳에 대해 주택 보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 시작 전 재개발 지역 인근 주택 70여곳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 공사 이후 발생한 피해인지 대략 판단할 수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 확인하고 공사와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보수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균열 피해가 접수되더라도 단기간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힘들어 주민과 시공사 간 마찰도 빈번히 발생한다.
한 주민은 "민원을 넣어도 시공사나 구청에서 온 적이 없다"며 "원래 금이 가 있었지만, 공사 이후 계속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가 보상이나 보수를 해주지 않으면 분쟁조정위나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보통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소송 비용이 많이 들어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또한 쉽지 않다.
영도는 섬이라는 지역 특성과 매립지가 많아 대부분 연약 지반이 많다.
또 30년은 훌쩍 넘은 오래된 주택이 많아 대규모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늘 안전문제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때 흰여울마을 상가 건물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인근 도로가 침하해 절영로가 2달 가까이 통제되기도 했다.
재개발 붐이 일어나고 있는 영도는 올해 안에 1천 세대 가까운 아파트 3곳이 차례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최근 영도에 재개발 붐이 일면서 그만큼 안전사고 위험이 커졌다"며 "재개발 지역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안전을 살피고 주민들에게 위험 사항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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