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를 유일한 협상 대상으로 인식…美, 양보 쪽으로 변화 징후 보여"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17일 미국 워싱턴 방문길에 오르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envoy)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겨냥하고 있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1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 해군연구소(CNA)의 켄 가우스 박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은 자신들이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북미 협상)을 지도자 대 지도자 간 관계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우스 박사는 이어 "(북측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는 것은 단지 회담 실행계획(로지스틱스)을 짜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측근들이 북한의 핵포기 진정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을 억누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협상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행정부의 다른 파트들은 (북미협상과 관련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볼턴 보좌관 등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강경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당초 CVID를 북한 비핵화 원칙으로 유지하다가 작년 7월 무렵부터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거론해왔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을 목표로 삼으면서 미국이 양보하는 쪽으로 협상 판이 움직이고 있는 징후라고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가우스 박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은 핵 능력 포기를 수반하지 않고 단계적·상호적 프로세스로 대변되는 북한의 입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제재완화 또는 다른 인센티브를 전면에 내세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CNN에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과 다른 미국 고위관리들로부터 듣는 얘기에 분명히 실망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측근들을 건너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많은 회의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작년 6·12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사항에 합의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 응하려는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나 비건 대표보다는 트럼프와 직접 담판할 경우 더 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연구원은 워싱턴타임스에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선 북미 회담의 핵심 목표는 김 실무단계 협상에 기초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생각을 바로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은 북한 매체가 내놓는 입장만 봐도 드러난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비판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부각하며 주로 행정부 고위관료들을 겨냥해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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