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환대 속 세르비아 방문…정규군 창설 추진하는 코소보도 비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칸반도의 강력한 우방인 세르비아를 방문해 양국의 우의를 과시하고, 양국 관계의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극진한 영접을 받았다.
그는 정교회 성당의 종과 축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양국 국기를 흔드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 베오그라드 중심가를 행진하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세르비아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교회라는 종교와 슬라브라는 민족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합에 반발해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세르비아에서 2008년 분리 독립한 코소보의 유엔 가입을 저지하는 등 공생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작년 말부터 6주째 매주 토요일마다 부치치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반(反)부치치 시위대를 압도하려는 듯, 이날 양국 정상의 방문지인 성 사바 정교회 앞 광장에는 부치치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정당 지지자 수만 명이 운집해 푸틴 대통령과 부치치 대통령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표현했다.
환영 인파에 합류한 퇴역 장성인 미타르 페트키치는 AFP통신에 푸틴을 세르비아의 '구세주'"라고 칭하며, "EU는 와해하고 있다. 세르비아가 가입할 때면 EU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EU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생활자인 옐레나 보기세비치는 "코소보를 되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부탁하러 왔다"며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영토로 세르비아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부치치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런 세르비아 국민들의 정서를 의식에 둔 듯 코소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정규군을 창설하려는 코소보의 움직임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것으로, 코소보 지도자들의 그런 무책임한 행동들이 발칸반도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 문제에 대한 세르비아 정부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세르비아 방문 전에 세르비아의 친정부 성향의 매체 2곳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몇몇 서방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역내 불안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며 발칸반도 국가들을 속속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 정책을 경계했다.
러시아의 옛 우방인 몬테네그로가 2017년 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국호를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그리스와의 오랜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 마케도니아도 조만간 나토 가입이 점쳐지는 등 나토는 발칸반도의 전략적 요충지들을 회원국으로 속속 받아들이고 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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