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방과 취업 리스크 경시해선 안 돼"…정부정책 정면 비판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면전에서 정부 정책을 과감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18일 중국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 회장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리 총리가 주재한 기업인·경제 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발언 차례가 오자 "오늘 저는 알리바바가 아니라 중국기업인클럽과 알리바바 플랫폼의 3천만 기업을 대표해 나왔다"며 "제 말이 귀에 거슬릴 수도 있고, 별로 듣기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마 회장은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감세 정책을 펴는 가운데 자본시장과 금융 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든 일을 칼 한 방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차역을 관리하듯 공항을 관리하는 식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정부 정책의 정교성 부족 문제를 꼬집었다.
마 회장은 "'리스크 방지'라는 것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며 "경기 하방과 취업 리스크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온 4조 위안대의 초대형 부양책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 강력한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을 편 것이 작금의 경기둔화로 이어졌다는 중국 경제계 일각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될 여지가 있다.
중국에서 민간 기업인이, 그것도 최고위급 지도자의 면전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겨냥해 이처럼 신랄한 비판성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민감한' 발언을 먼저 적극적으로 공개한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자국 경기가 급속한 둔화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적극적으로 민간의 의견을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를 선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 총리는 마 회장의 발언이 끝나자 "당신은 귀에 거슬릴까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모두 들어보니 마음을 파고드는 말이었다"며 "당신의 발언은 '원망'이 아니라 진정으로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인민 군중과 시장 주체들이 (정부를) '원망'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며 "비록 귀에 거슬릴지라도 정부는 모두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또한 진지하게 들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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