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은닉 무죄…법원 "거짓증거로 재판받은 유우성 극심한 고통"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당시 증거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공문서변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대공수사국장 이모(59)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모(58) 전 대공수사국 부국장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3년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에 대한 영사 사실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증거로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듬해 증거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수사팀이 요청한 증거를 일부러 누락하거나 변조된 서류를 제출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국정원은 검찰에 제출하는 서류에 대한 비닉 권한이 있다"며 공문서 변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문구가 이미 비닉 처리된 상태에서 비닉 처리 사실 자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래위 간격을 맞춰 공문을 오려 붙인 행위는 처음부터 그런 문구가 기재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드는 것"이라며 "국가안전 보장을 위한 기밀유지에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 등이 국정원 자체조사에서 중국 측 협조자로부터 증거가 조작된 게 사실이라는 진술이 나오자 해당 진술 녹음테이프를 없애고, 문제 되는 발언이 없는 새 진술을 받기까지 했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협조자는 자필진술서를 스스로 작성했고, 일부 내용 수정 외에 의도적으로 전체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2차 조사 범위가 1차 조사와 차이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2차 조사가 1차 조사 결과를 은폐하거나 허위 진술 확보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이 1차 조사 녹음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도 "검찰에서 국정원에 대한 추가 확인 등을 통해 그 존재를 충분히 밝힐 수 있었다"며 증거 은닉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서 "피고인들이 허위 영사확인서를 검찰·법원에 제출되게 해 거짓증거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유우성 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과 국정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돼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대공 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해외 수집자료에 대한 영사 확인을 받는 관행을 만연히 따르다가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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