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성적 대상화' 작가에 문화정책 맡길 수 없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작품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성적 대상화 했다는 비판을 받는 강동수 작가가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선임되자 부산 문화계와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제6대 대표이사에 강 작가를 선임했다.
강 작가의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부산문화재단 자유게시판과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선임 철회를 요구하거나 오거돈 부산시장의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작가의 사퇴를 촉구하고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인선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기자회견은 부산문화예술계와 여성단체가 공동 주최한다.
연대 측은 "미투가 예술계에 이어 최근 체육계로 확산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가 이 사회의 변혁을 앞당기는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인선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후퇴한 결정인지 부산시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대 관계자는 "젠더 감수성과 성 평등 인식이 없는 인물을 부산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결정한 것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측은 기자회견을 전후해 소셜미디어에서 강 작가의 인선 철회를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는 강 작가 선임을 반대하거나 철회를 요구하는 문화·여성계 인사들의 글이 잇따라 올랐다.
한 인사는 "강동수 작가가 신문사 문화부장으로, 대학교 교수로, 오랜 시간 창작활동을 해온 작가라고 해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그를 비판하는 독자들에게 메뚜기떼, 파블로프의 개라고 일갈하며 오히려 모욕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사회적 트라우마가 채 가라앉지 않은 세월호 참사에 이처럼 논란이 많은 표현을 한 작가를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선임하다니, 이번 인선은 (부산시가) 공공기관으로서 시민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으며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강 작가는 부산지역 한 일간지 기자와 논설실장을 거쳐 현재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6·13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된 뒤 구성한 시민소통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다.
강 작가는 지난해 9월 고교 2학년 여성 희생자의 관점에서 서술한 세월호 추모 단편소설 '언더 더 씨'를 출간했다.
그는 이 작품 속 곳곳에서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강 작가는 비판이 일자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들이 문제 삼았던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우리 사회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반박했다가 더 큰 반발을 불러오자 출판사와 함께 "미숙하고 경솔한 표현 때문에 상처 입으셨을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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