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무례를 넘어선 경멸적 감정표현으로 보기 어려워"
작년엔 "지금 시비거는 겁니까" 대꾸한 사병에도 무죄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육군 중대장급에 해당하는 계급인 대위에게 반말했다가 상관 모욕죄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병사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군형법은 상관을 면전에서 모욕하는 이른바 '하극상'에 대해 엄히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사가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김익환 부장판사)는 상관 모욕 혐의로 기소된 민모(22)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민씨는 경기도 내 모 포병여단에서 무전병으로 근무하던 2017년 5월 부대 생활관 중앙현관에서 A대위에게 "근무대장님 대화 좀 하자", "이거 끝나고 대화 좀 하자고"라며 세 차례에 걸쳐 반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민씨는 외출·외박자 정신교육을 하기 위해 A대위가 자신을 부르자 30여 명이 쳐다보는 앞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형법 64조는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의 언사가 무례한 표현인 것을 넘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문성관 부장판사) 또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윤모(26)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군복무 시절인 2016년 9월 부대 유격장 연병장에서 건강상 이유로 유격훈련을 불참하겠다고 요구하던 중 소대장인 B중위가 군의관 진료 결과 이상이 없으니 훈련에 참여하라고 지시하자 손가락질을 하며 따지듯이 대꾸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소대장이 아픈데 쉬지도 못하게 하고 어머니랑 면담한다는데 이거 협박 아닙니까?"라고 대꾸하는가 하면, 진술서 작성을 요구받자 "(부적절한 발언) 안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 아프게 해놓고 이런 것 쓰라고 하는 것은 시비 거는 것이지 않습니까"라며 언성을 높였다.
1심은 윤씨가 공연히 상관을 모욕한 것으로 판단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언행이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조직의 특수성에 비춰 징계의 대상 또는 불손한 언행으로 평가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과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된다"며 이번 항소심 재판부와 비슷한 선고 이유를 댔다.
이 같은 판결이 잇따르자 최근 들어서는 군형법상 상관 모욕죄와 형법상 모욕죄에서의 '모욕'의 개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는 판결문을 통해 "군형법상 상관 모욕죄가 개인적 법익 외에 군조직의 위계질서 유지 등을 보호 법익으로 한다고 해도, 모욕의 개념을 형법상 모욕의 개념과 다르게 해석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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