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뇌에 LED 쐈더니 특정 유전자 발현했다

입력 2019-01-18 19:00  

살아 있는 뇌에 LED 쐈더니 특정 유전자 발현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수술 불필요…뇌 영역 탐구에 도움"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빛만 비춰도 살아 있는 동물 뇌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7일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허원도 교수 연구팀(KAIST 생명과학과)이 이런 성과를 거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실었다고 밝혔다.
현재 유전자 기능 연구에는 유전자 변형 실험 모델을 만드는 게 선행된다.
많은 시간, 비용, 노력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실험 조건과 기초 환경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IBS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실험 모델 제작 없이 살아 있는 동물에 유전자 전달을 하고 빛을 쏘는 방식으로 비교적 쉽고 빠르게 유전자 발현 조절 시스템을 구현했다.


허 교수 연구팀이 다룬 건 '광활성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PA-Flp 단백질)다.
비활성화 상태에서도 빛을 받으면 결합하면서 활성화한다.
PA-Flp 단백질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반응하는 민감도를 지녔다.
연구팀은 기억을 관장하는 쥐의 뇌 해마 부위에 PA-Flp 단백질을 넣은 뒤 약 30초 동안 발광다이오드(LED)를 비춰봤다.
그 결과 생쥐 뇌의 깊은 조직 영역에 도달한 적은 양의 빛으로도 PA-Flp 단백질이 활성화했다.
생쥐에게 쏜 빛의 세기는 스마트폰 손전등이나 레이저 포인터 정도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물리적 손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비침습성 방식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행동을 재연하고 검증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IBS 신희섭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이 이끄는 사회성 뇌과학 그룹과 함께했다.
해마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는 '내측 중격'에 PA-Flp 단백질을 도입하고 LED 빛을 쏘자, 칼슘 채널 발현이 억제됐다.
해당 실험군은 물체를 탐색하는 능력이 대조군보다 훨씬 커졌다.
'칼슘 채널 발현이 억제되면 물체를 탐색하는 능력이 향상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딱 들어맞는 현상이다.


허원도 교수는 "실험 쥐에게 물리·화학적 자극을 거의 주지 않아도 LED로 원하는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뇌 영역 탐구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빛으로 원하는 타이밍에 유전자를 자르고 재조합하는 효소를 개발하면 광유전학 분야 응용 가치도 클 것으로 보인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박병욱 원광대 연구교수는 "기존 시스템이 세포 배양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번 연구는 살아 있는 쥐의 뇌에 적용했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특정 유전자의 시·공간적 기능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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