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 14주기…中공안 감시속 자택서 추모

입력 2019-01-18 16:13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 14주기…中공안 감시속 자택서 추모
지지자·추모객 베이징 옛집 찾아…공안 요원 삼엄한 통제
추모객 "개혁개방 역사서 자오쯔양 지우는 것 공정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에 동조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세상을 떠난 지 17일로 14년이 됐다.
18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자오쯔양 전 총서기 14주기를 맞아 그가 말년에 거주했던 베이징(北京)의 옛집에는 중국 공안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지지자와 추모객이 방문했다.
베이징 시내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후퉁(富强胡同)의 자오쯔양 옛집으로 향하는 골목 곳곳에는 17일 정복을 입은 공안과 사복 차림의 경비 인력이 대거 배치돼 방문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다.
또 대문 앞을 비롯해 주변 곳곳에 표식이 없는 공안 차량이 배치됐다.
그뿐만 아니라 자오쯔양의 옛집 부근 곳곳에는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얼굴인식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자오쯔양의 딸 왕옌난(王雁南)은 추모객들에게 "여러분 모두 이곳을 찾은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자오쯔양의 막내아들인 자오우쥔(趙五軍)은 뜰에 있던 추모객을 서둘러 옛집 건물 안으로 들어오도록 권유하면서 "저곳에는 얼굴인식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방문객의 얼굴과 신원이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그는 또 "이번에는 집안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다음번에는 들어오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오쯔양이 쓰던 옛집의 서재에는 자오쯔양의 사진, 기록물과 소장품들을 보관한 소규모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벽에 걸린 자오쯔양의 사진 밑에 마련된 추모 제단에는 추모객이 바친 꽃들이 놓여 있었으며, 향불도 피워져 있었다.
추모객은 이곳에서 절을 하면서 추모의 뜻을 표시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대부분 자신을 자오쯔양의 고향 사람이라고 속이고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30년 동안 톈안먼 사태에 대한 흔적을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요즘 중국의 젊은이 중에서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중국 공산당은 톈안먼 사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중국의 역사나 공식 기록물에서 지웠다.
중국 공산당은 자오쯔양도 역사에서 잊히기를 원하고 있다.
전직 언론인인 장바오린은 "자오쯔양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재직 시에 거대한 발전이 이뤄졌다"면서 "개혁 개방 역사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는 것은 매우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모객도 "나는 언젠가 자오쯔양의 명성이 부활할 것으로 믿는다. 역사는 오랫동안 왜곡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자오쯔양의 딸 왕옌난도 부친의 정치적 복권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녀는 "복권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은 다른 문제"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989년 당시 당 총서기였던 자오쯔양은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와 함께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으나, 그해 5월 톈안먼 민주화 시위로 궁지에 몰렸다.
무력진압에 반대하고 시위 학생들과의 대화를 모색하려다 덩샤오핑의 눈 밖에 나 공산당에서 축출됐다.
결국 같은 해 6월 4일 중국 당국이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톈안먼 사태가 발생했고, 자오쯔양은 그 이후 16년가량 가택연금됐다가 2005년 1월 17일 별세했다.
그의 유골은 14년째 안장되지 못하고 옛집에 안치돼 있다.
통상적으로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사망 후 안치되는 바바오산 혁명공묘 지도자 구역 안치가 허용돠지 않자 유족이 자오쯔양의 유골을 옛집에 모셔두고 있기 때문이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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