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의장은 직 고수-운영위원장은 "사퇴"…사과문 '윤리특위 구성' 삭제 파문
(밀양=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밀양시의회가 의장과 상임위원장 간 폭행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째가 되도록 징계 논의를 위한 윤리특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어 여론 눈치만 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합의한 대시민 사과문에 포함됐던 '윤리위 구성' 부분이 삭제된 채 발표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책임 소재를 놓고 의원들 간 공방을 벌이는 등 한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일 밀양시의회와 여야 시의원들에 따르면 시의원들은 지난해 11월 9일 발생한 한국당 소속 김상득(53) 의장과 민주당 소속 정무권(46) 운영위원장 사이의 폭행 사건 처리를 놓고 알맹이 없는 공방만 벌이고 윤리특위 구성은 제대로 거론도 못 하고 있다.
시의원 13명 가운데 12명은 지난 17일 새해 첫 간담회를 열고 집행부 보고 등을 마친 뒤 정무권 의원의 위원장직 사퇴 처리 건과 대시민 사과문 발표 당시 '윤리위 문구' 삭제 경위 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폭행 사건 약 한 달 뒤인 지난달 5일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 사죄하고 운영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김상득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대시민 사과 발언만 했을 뿐 의장직 사퇴 여부는 지금껏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주변 의원들에겐 의장직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의원들로선 김 의장의 이런 입장을 고려해서인지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 처리에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폭행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만인 지난해 11월 12일 당사자인 2명을 제외한 11명의 의원이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하고 문구까지 합의했는데, 가장 중요한 '윤리위 구성' 부분이 막판에 삭제된 것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애초 사과문엔 '해당 의원에 대해서는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 시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시민과 시의회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응분의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시민들에 약속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이 정작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에는 온데간데없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로 바뀐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에게 따졌지만 한국당 측은 "민주당이 사과문에 합의해놓고 별도 성명을 내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약속을 어겼다"며 "그래도 시민들에 사과하는 내용은 다 포함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25일 임시회 본회의 때 의장 등 징계를 논의할 윤리특위 설치를 정식 발의할 예정이지만 의석 분포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재 한국당 의원은 8명, 민주당 의원은 5명이다.
김상득 의장은 지난해 11월 9일 오후 9시 20분께 밀양 시내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정무권 운영위원장을 화장실로 불러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사건으로 번졌다.
이들은 앞서 식사 자리에서 한 차례 욕설을 주고받은 뒤 동료의원들 권유로 화해차 다시 만났다. 당시 두 사람 간엔 '충성맹세'가 시비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당과 민중당 등은 당시 성명을 내 당 차원의 징계와 의회 자체 징계 등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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