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픽스 염 변경 의약품 판매중단 위기…제약업계 "우선 지켜보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 개발이 얼어붙을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제약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일부 성분인 염을 변경하거나 약의 제형, 먹는 방법 등을 개선한 개량신약을 내놓으며 특허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염 변경 의약품으로는 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지난해 11월 금연 치료제 '챔픽스'의 염 변경 의약품을 내놨던 30여개 국내 제약사는 판매중단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다국적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기업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파기환송을 선고, 사실상 아스텔라스의 손을 들어줬다.
아스텔라스는 과민성 방광 등 배뇨장애 치료제 '베시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의 특허권자다. 코아팜바이오가 베시케어의 일부 염을 변경한 '에이케어'(성분명 솔리페나신푸마르산염)를 만들어 출시하자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냈다.
앞서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는 두 제품의 염이 다르다는 이유에서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코아팜바이오가 승소한 바 있다.
그러나 아스텔라스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대법원은 염 변경 약물이 개발하기 쉬운 데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치료 효과도 동일하다고 봤다. 즉 염을 변경한 것만으로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가진 특허를 회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 개발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허권을 가진 다국적제약사의 권리가 폭넓게 인정되면서 개량신약 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내 200여개 제약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개량신약은 국내 제약기업의 경쟁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개량신약을 통해 얻은 이익이 신약 개발에 투자되는 등 산업계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 판결로 R&D 노력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협회는 대법원에도 염 변경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챔픽스의 염 변경 의약품을 대거 쏟아낸 국내 제약사들은 이번 판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챔픽스 특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특허 침해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제약사는 일단 내달 1일로 예정된 특허법원 항소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챔픽스 염 변경 의약품을 내놓은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분위기를 파악 중"이라며 "우선 특허법원의 판결을 봐야 판매를 지속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개량신약은 단순한 복제약과는 다르고,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지나치게 인정해준 측면이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도전' 전반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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