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철권통치 바시르 대통령은 "안 물러나" 강경 입장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에서 빵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 수도 하르툼과 가까운 도시 옴두르만에서 이날 시위대 수백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시위대는 '자유, 평화와 정의',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수단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최루가스와 실탄을 발사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30년 동안 철권통치를 행사 중인 수단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처럼 장기간 이어지기는 이례적이다.
시위대는 지난달 19일 정부의 빵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시작했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분노가 확대됐다.
경찰과 군인들이 격렬한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수단 정부는 한달간 시위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 2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인권단체들은 최소 4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단 국민이 경제 문제와 독재에 대한 불만으로 연일 거리로 나섰음에도 바시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바시르 대통령은 20일 하르툼 남서쪽 백나일주(州)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을 통해 "수단 국민은 2020년에 선거를 통해 누가 그들을 통치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위대를 죽이는 사람들이 일부 시위대에 있다"고 주장하며 유혈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4일에는 "시위는 정부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으로 볼 때 수단 정부가 시위대와 타협을 모색하기보다 강경한 태도를 이어갈 개연성이 커 보인다.
바시르가 이번 시위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P는 "계속되는 시위와 파업이 바시르의 통치에 도전하고 있다"며 "수단의 아랍 동맹국들이 분명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 점이 바시르의 지위를 훨씬 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단 군부가 바시르 대통령을 지지하고 야권이 약하기 때문에 바시르가 결정적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바시르는 1989년 쿠데타로 집권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다르푸르 내전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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