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쓸 땅 부족한 울릉…육지 거주 자녀 부모 산소 관리 어려워 화장 선호
매장할 땅 많은 청양…보수적인 65세 이상 노인 비중 높아
(청양·울릉=연합뉴스) 김준호 손대성 기자 = "농사지을 땅도 부족하다 보니…."
화장률이 100%에 가까운 경북 울릉군의 한 주민은 2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화장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지형특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섬이나 산지 등 지형특성이 화장률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화장률은 84.6%로 전년보다 1.9%포인트 뛰었다.
1993년 화장률 19.1%와 비교하면 25년 만에 4.4배나 상승한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화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 울릉군으로 98.6%에 달했다.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충남 청양군으로 48.8%에 그쳤다.
청양은 '충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대표적인 산악지대다. 그만큼 매장할 수 있는 임야 공간이 여유롭다.
울릉도는 섬이다 보니 평지가 많지 않아 집을 짓거나 농사지을 땅도 부족한 형편이다.
바다와 접한 일부 지역에만 주거지가 몰려 있다.
묘지 만들 땅을 확보하기가 육지보다 무척 어려워 주민은 매장보다는 자연스럽게 화장을 선호하고 있다.
젊은 자녀는 육지에서 살고 늙은 부모만 울릉에 사는 경우가 많은 것도 높은 화장률의 이유로 꼽힌다.
육지에 사는 자녀가 부모의 산소를 만들어도 관리하기 어려우니 화장한 뒤 납골묘를 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울릉군 역시 화장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군은 2007년 1월 화장로 2기와 봉안묘지를 갖춘 공설화장장인 울릉하늘섬공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화장시설 사용료가 3만원 이하이고 30년 기준으로 납골묘 사용료가 3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울릉군 관계자는 "화장률이 높은 이유를 특별하게 조사한 바는 없지만, 지형 조건이나 여러 여건이 겹치면서 화장률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민 김모(57) 씨는 "요새는 매장하는 집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장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며 "노인들만 사는 집이 많아 육지에 나간 자녀가 장례를 치를 때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률이 전국 최저인 청양군은 개인이나 종중이 소유한 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65.8%로 높다. 그만큼 매장할 곳이 많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도 많다. 그러다 보니 아직은 매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행정 당국은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양군 인구 3만2천910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만456명(31.7%)으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번 통계의 기준이 된 2017년에는 숨진 주민 492명 가운데 240명이 화장을 했지만, 지난해는 490명 가운데 화장을 통해 장례를 치른 주민은 97명에 불과했다. 화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아직은 화장을 하기보다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매장 방식이 전승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묘를 길지에 써야 후손 앞날에 좋다는 등의 매장 문화가 남아 있다 보니 화장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군에서도 봉안당을 운영하는데, 신청이 꾸준한 편"이라며 "앞으로 화장하는 주민이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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