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여성·反기후변화·분열 실망…불출마 선언·탈당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 여성의원들이 보수성향의 집권당을 속속 이탈하면서 그러잖아도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 여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여성의원이 당내 마초적이고 시대변화에 둔감한 행태에 절망해 당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호주 ABC 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여당인 자유당 소속 하원의원인 켈리 오드와이어(41) 여성부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오는 5월 실시 예정인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드와이어 장관은 개인적인 사유로 출마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는 "아침에 일어날 때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는 걸 더는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와 자리를 함께한 그는 또 셋째아이를 갖고 싶다며 자신의 불출마 선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질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이 이해될 법도 하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은 자유당이 이미 여성의원들에 대한 집단 따돌림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드와이어 장관은 일자리 및 산업관계 장관직도 겸하고 있으며 2009년 의회에 입성해 줄곧 자리를 지킨 중진의원이다. 아직 '미래의 지도자'로 꼽히지는 않지만 2015년부터 장관직에 발탁되면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특히 오드와이어 장관은 수개월 전 비공개회의에서 유권자들은 자유당에 대해 동성애 혐오적이고 반여성적이며 기후변화 부인자들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당 소속 줄리아 뱅크스 하원의원이 당내 심각한 분열, 여성들에 대한 대우,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에 불만을 품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자리바꿈을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앤 수드말리스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동료의원의 집단 따돌림 등을 사유로 꼽았다.
이밖에 아프리카계로 처음 연방의회에 입성한 루시 이쇼히 상원의원은 "의회 왕따 패거리 명단을 폭로하겠다"며 호주 정계의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비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케냐 태생인 그는 군소정당으로 당선됐으나 자유당으로 옮긴 바 있다.
이런 움직임에 당내 상징적 여성 지도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줄리 비숍 전 외교장관은 여야 모두를 싸잡아 "연방 정치권의 문화가 참혹한 상황"이라며 의원들에 대한 구조적 왕따 및 괴롭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거들고 나서기도 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자유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국민당 소속 일부 의원은 종종 추문의 주인공이 되면서 집권당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한 의원은 나이든 부자 남성에게 젊은 여성을 중개해 주는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 소개받은 여성과 외국 여행을 한 것이 드러나자 지난달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자녀 넷을 둔 기혼자임에도 젊은 보좌관과 염문을 뿌려 구설에 올랐다.
1석 차이의 다수당 지위를 잃고 어렵게 자유당을 이끄는 모리슨 총리로서는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설상가상인 셈이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제1야당 노동당에 지지율이 10%포인트 뒤떨어져 수개월 후 총선에서 권력을 넘겨야 할 처지에 몰렸다.
국민당 소속 대런 체스터 하원의원은 ABC 방송에 오드와이어 의원이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우리가 더 많은 여성의원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자유당 내 여성의원 비율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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