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학가에 스포츠팀 법인화 바람…도쿄대 미식축구부 두각

입력 2019-01-21 15:37  

日 대학가에 스포츠팀 법인화 바람…도쿄대 미식축구부 두각
민주적 운영으로 작년 하위리그 우승, '1부 리그 승격' 돌풍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대학 스포츠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운동부가 특정 종목을 좋아하는 같은 학교 재학생들이 모여 즐기는 '임의의 과외활동'이 아니라 '법인화'를 통해 일반 기업 처럼 조직의 투명성을 높여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도쿄(東京)대학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어 더욱 화제다. 도쿄대학은 하위팀인 미식축구부를 '법인화'해 작년 간토(關東)대학 아메리칸풋볼 2부리그인 'BIG 8'에서 우승, 1부리그인 'TOP 8'로 승격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도쿄대학 미식축구팀은 올해 1부리그인 'TOP 8'에서도 도쿄대 선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도쿄대학 미식축구부는 연습 중 주장이 작전 지시를 내려도 하급생이 의견이 다를 경우 주저없이 자기 의견을 말한다. "팀을 더 강하게 만들기위해 모두의 의견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게 주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도쿄대학 미식축구부에서는 주장의 지시를 하급생이 무조건 따르는 군대식 '상명하복'을 볼 수 없다.


대학 운동부 법인화는 3년전 교토(京都)대학 미식축구부가 먼저 시작했다. 작년에는 게이오(慶應)대학 럭비부, 도쿄대학 미식축구부가 법인화했다.
대학 스포츠 법인화 움직임이 확산한 배경에는 작년에 일본 스포츠계를 뒤흔든 니혼(日本)대학 미식축구부의 악질적 반칙 태클이 작용했다.
니혼대학 사례에서 상대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는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백태클에 누가 책임을 져야할지, 운동부 운영 관련 의사결정이 불랙박스화하고 있다는 비판, 여기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대학 스포츠의 거버넌스 문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를 계기로 도쿄대학 미식축구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도쿄대워리어스(warriors. 전사)클럽'이 결성됐다.
미사와 히데오(三?英生. 45) 도쿄대학 미식축구부 감독은 "도쿄대학이 일본의 대학 스포츠를 변화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도쿄대학 미식축구부는 다른 대학도 참여하는 미국의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같은 조직을 일본에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NCAA는 학교와 경기의 틀을 초월해 대학스포츠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대회 개최, TV 중계권 등의 관리, 자금배분, 활동비 지원 등을 담당한다. 연간 수익금이 1천억 엔(약 1조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대학 미식축구부는 작년 8월 대학간의 연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법인화'를 단행했다.
대학 운동부는 대부분 감독선임과 예산집행 등을 해당 운동부 출신 OB·OG(old boy·old girl)모임에서 결정하지만 결정과정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이른바 블랙박스화 문제다. 도쿄대학은 대의원제도를 도입해 'OBOG회'가 아니라 '대의원회'에서 운동부 운영방침을 정하도록 했다.
대의원회는 넓은 연령대의 OB와 OG 외에 선수 부모, 미식축구부 팬클럽 대표 등 17명으로 구성해 조직의 투명성을 높였다.
부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우동가게 주인도 대의원으로 참여시켰다. 식당 주인은 "평소 선수들이 식당에서 나누는 기탄없는 이야기" 를 부 운영에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금 흐름의 투명화도 중요 과제다. 대학 운동부는 대부분 표면적으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학생이 모여 활동하는 '임의단체'로 돼 있다.
임의단체는 은행계좌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운영자금은 감독이나 매니저 등의 개인계좌를 이용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엄격한 법령준수가 필요해진 시대인 만큼 기업이 대학 운동부를 지원하고 싶어도 운용 투명성이 떨어지는 개인계좌로의 송금을 꺼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반면 법인계좌는 복수의 관계자가 운용을 체크할 수 있어 기업도 안심하고 지원할 수 있어 시대의 흐름에도 맞는다.
도쿄대학 미식축구부는 법인화 반년만에 활동자금이 예년의 4천만 엔(약 4억 원)에서 7천만 엔(약 7억 원)으로 늘었다. 이 자금으로 코칭스태프 초빙, 훈련장 정비, 안전대책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선수들이 부담해온 헬멧 등의 보호장비를 대여해 줄 수 있게 됐다. 돈 때문에 합류를 꺼리던 학생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이런 대책이 성과를 거둬 도쿄대학은 작년 간토대학 하위리그인 'BIG 8'에서 우승, 1부 리그인 'TOP 8'로 승격했다.
미사와 감독은 "승리만을 추구하려는건 아니지만 우선은 결과를 내는 방식으로 도쿄대학의 노력이 각 대학에 확산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일본의 대학 스포츠계를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무 부처인 스포츠청도 올 봄에 200개 대학과 20개 경기단체 가맹을 목표로 첫 대학간스포츠 총괄조직인 '대학스포츠협회(UNIVAS)'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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