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그룹은 2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002320]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한진은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겉으로 조용히 대응했지만, 내부적으로는 KCGI 진의를 파악하고 3월 주주총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이날 한진그룹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적자사업 재검토, 회사 평판을 떨어뜨린 임원 취임 금지 등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180640] 지분을 9.0% 매입하며 2대 주주 자리를 꿰찬 상태다.
당시 KCGI는 "경영권 장악 의도는 없다"면서도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밝혀 한진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진은 닷새 전 국민연금이 한진칼·대한항공[003490]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데 이어 이날 KCGI가 공세 수위를 높이자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KCGI가 작년 말 비슷한 요구사항을 비공개로 전달한 적이 있지만, 이날 공개적으로 공세를 편 데 대해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이날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신뢰회복과 기업가치 증대 방안을 조양호 회장 일가와 회사 경영진에 비공개로 전달했으나 이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공개 제안에 나섰다며 한진을 압박했다.
또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특히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는 제안은 사실상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경영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총수 일가로서는 크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진은 이미 작년 말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시작했고, 이날 KCGI의 발표 내용도 새로운 것이 없어 겉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대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낼 수도, 이를 저지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는게 현재 한진이 처한 입장이다.
'땅콩 회항'에 이어 '물컵 갑질', 폭언·폭행, 배임·횡령에 탈세까지 총수 일가가 일으킨 각종 논란으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여론 탓에 공식적인 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겉으로 숨을 죽이면서 내부적으로는 법무·재무·홍보 등 전사적인 역량을 모아 3월 주총에서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 회장 일가가 28.93%, KCGI가 10.71%, 국민연금이 7.3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지분 역시 비슷한 분포로, 조 회장 일가가 33.35%, 국민연금이 11.56%, 우리사주조합이 2.14% 등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진은 두 회사 모두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고, 우호지분도 있지만, 다른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표 단속' 방안 등을 고심 중이다.
조 회장은 작년 말 업무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아직 현지에 체류 중이며 KCGI와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관련 사안을 수시로 보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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