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소방서, 심폐소생술 체험장 운영한 대원 9명 해임
"잘못된 초과지급 알고도 모른 척" vs "돈 달라고 안 했는데…명예훼손"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지역 의용소방대원 일부가 활동비를 부당하게 더 받았다는 이유로 해임된 것을 놓고 해당 대원들과 소방당국이 법적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해당 의용소방대원들은 소방서가 활동비를 잘못 계산해 더 줘놓고 부당수령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방서는 활동비가 실제 활동내용보다 더 입금된 것을 이들이 알고도 모른 척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방서는 현행법에 따른 조치라며 이들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충북지역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이 활동비 부당수령 의혹으로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명을 쓰게 된 의용소방대원들은 충북도가 잘잘못을 가려달라며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용소방대원의 '명예' 문제로 번진 이 사안을 놓고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오는 28일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2일 충북도와 충주소방서에 따르면 도내 한 의용소방대는 작년 9월 충주에서 열린 '2018 세계 소방관 경기대회' 때 심폐소생술 체험 교육장을 8일간 운영했다.
문제는 충주소방서가 교육장 운영 종료 사흘 뒤인 같은 달 20일 교육장 운영에 참여한 9명의 의용소방대원 은행 계좌로 활동비를 지급한 것이었다.
대원들이 활동비를 청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충주소방서 직원은 수령 확인서에 서명도 받지 않은 채 사전 제출된 교육일정을 토대로 개인 통장에 활동비를 입금했다.
9명에게 총 64만원이 지급됐는데, 교육장에서 실제 활동한 시간을 따지면 1인당 4만∼6만원씩 48만원이 더 지급된 것이다.
해당 직원은 소방서로부터 '경고'를 받고 인사 조처됐다.
활동비 지급 오류를 확인한 충주소방서는 지급 후 54일이 지난 작년 11월 13일 반환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더 입금된 활동비를 한 달 넘게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이 활동비를 부당수령했다고 규정, 조사에 나서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활동비가 과다 입금된 것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며 부당수령을 인정하지 않았고, 충주소방서는 작년 12월 7일 자로 이들을 의용소방대원에서 해임했다.
의용소방대는 화재 진압, 구조·구급 등의 소방업무를 보조하겠다고 자원한 주민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보수 없이 임무 수행에 따른 소집수당과 활동비만 지급받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섰다가 해임됐다면 의용소방대원들로서는 큰 불명예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같은 달 26일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해임 처분 취소 청구를 했다.
법원 판례를 보면 부당수령은 실제로 일하지 않고 허위 보고해 비용을 부정하게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이 사안의 핵심은 의용소방대원들이 활동비를 부정 청구했는지, 더 많이 입금된 것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이다.
그러나 의용소방대원들은 "교육장 운영 당시 소방서 담당자가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밖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해 출동 대기 중이었고 필요에 따라 확인하는 개인 통장으로 입금돼 얼마나 지급됐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말 열릴 충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해임된 의용소방대원들의 명예를 회복해줄지, 아니면 부당수령을 주장하며 이들을 자른 충주소방서 입장을 지지할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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