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목전 물밑채널 주목…"오바마 후반기 중단됐다 트럼프정부 들어 재개"
北유엔대표부 '뉴욕 채널' 있지만 민감한 핵심 메시지는 '정보채널'로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과 북한 간 정보기관 물밑 채널이 최소 10년간 가동됐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북미 간 정보 채널의 존재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물밑 채널이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음달 말 개최 일정으로 추진되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스파이 채널'의 역할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WSJ 보도에 따르면 국교 관계가 없는 북미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로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이 꼽히지만, 실질적으로 민감한 핵심 메시지들은 정보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일부 당국자들은 "뉴욕 채널은 그 효용성이 제한적"이라며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외교라인 쪽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라고 말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정보채널은 위기 상황에서 권력자에게 직접 다가설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북한과 같은 국가에서는 외무성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총을 들고 있는 사람과 직접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 당국자들은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군(軍·goon) 채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북미 정보 채널은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09년 개설됐다. 당시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수장은 김영철 현 노동당 부위원장이었다.
미국 측에서는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트라니는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 논의에 주력했고, 현직에서 물러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8월 평양을 전격 방문해 여기자들을 데리고 나왔다.
디트라니는 2010년에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해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부터는 디트라니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마이클 모렐, 그 후임자인 에이브릴 헤인즈 등 CIA 부국장급에서 잇따라 북한을 찾았다.
2014년에는 당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방북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정보채널은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후반부에 일시 중단됐다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체제인 2017년 8월 무렵 재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속도를 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증폭됐던 시점이었다.
그 과정에서 CIA 산하 코리아미션센터(KMC) 앤드루 김 센터장도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리들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북한과 미국의 외교는 최고위급에서 이뤄지고 있고, 정보당국의 접촉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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