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核전문가 일각 "비핵화는 비현실적…'북핵관리'로 선회해야"

입력 2019-01-22 11:45  

미 核전문가 일각 "비핵화는 비현실적…'북핵관리'로 선회해야"
WSJ 보도…"北 핵보유 인정 거론조차 시기상조·부적절" 반론도 소개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미국 북핵 전문가그룹 일각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비핵화 대신 북핵 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21일(현지시간) "북미 협상에 관여하는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아직 배제하지 않은 가운데 워싱턴의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편한(unpleasant) 현실을 직면할 때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북한 비핵화에 중요성을 덜 부과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누구도 원치 않은 '핵 결전(showdown)' 사태를 초래할 오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북핵 관리'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면서 비핵화라는 목표를 옆으로 치워놓으면 북한이 핵을 책임있게 다루고 관련 부품이나 기술을 타국이나 비국가 행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런 결과에 아무도 기뻐하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게 우리가 사는 세계"라면서 "어떤 나라가 핵보유국이 되면 우리가 옛소련과 중국에서 배운 것처럼 그 나라와의 관계와 (핵의) 투명성을 관리하는 데 있어 공통의 기반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비현실적 시도에 시간을 쓰느라 (우리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쫓느라 실제적이고 긴급한 북한의 위협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늘어나고 있는 젊은 전문가들이 북한 핵능력과 의도에 대한 실용적 평가를 토대로 이 같은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4년 11월 케네스 배 등 억류자 석방을 위해 특사 방북했던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장도 비슷한 입장이라고 WSJ는 전했다. 그는 2017년 "북한의 비핵화가 더이상 미국의 카드가 아니라면서 미국이 이를 수용하고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조차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는 반론도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김두연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한국 담당 연구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조차 무책임하다"면서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핵무장 추진의 길을 열어주고 (동북아) 지역에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핵을 보유한 북한과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은 북한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는 등 여러 계기에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미국과 협상해왔지만, 북미고위급회담 전까지 교착국면이 한동안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졌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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