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 지역' 전락한 도심 빈집…화재 등 안전사고 잇따라

입력 2019-01-22 12:16  

'우범 지역' 전락한 도심 빈집…화재 등 안전사고 잇따라
청주 빈 건물서 화재로 노숙자 1명 사망…주민 불안 확산
경찰 "순찰만으론 한계"…지자체 "사유재산 강제 조처 불가"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겨울철 노숙자들이 모여드는 도심 빈집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6시 20분께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의 한 2층짜리 빈 건물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불은 16분 만에 꺼졌으나 건물 내부에서 4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건물 안에 있던 A(36)씨 등 다른 2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이들은 불이 난 건물에서 생활해 온 노숙자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남성의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파악하는 한편 범죄 혐의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건물인 만큼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과거 여관으로 사용했던 이 건물은 영업 중단 이후 수년째 빈 건물로 방치돼 있어 갈 곳 없는 주변 노숙인들이 모여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건물에서는 지난해 11월 14일에도 담뱃불로 인한 불이 났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후에도 건물 관리가 전혀 안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충북 제천의 한 폐가에서 B(52)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B씨 역시 노숙자였다.
절기상 '대설'(大雪)이었던 당시 충북 전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충북에서도 가장 추웠던 제천의 이날 오전 최저기온은 영하 9.5도였다.
버려진 폐가에서 노숙 생활을 한 B씨가 강추위에 변을 당한 것이다.

22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에 있는 관리가 필요한 빈집 규모는 지난해 기준 988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 통계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추정치에 불과하다.
일부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이 모여들어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도심 속 빈 건물을 포함하면 그 수가 추정치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통계조차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지구대나 파출소를 중심으로 주기적인 순찰이 이뤄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방편에 그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순찰하는 치안 활동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에서는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강제 조처가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유재산인 공·폐가에는 출입구 통제와 같은 강제 조처를 할 수가 없다"며 "소유주나 관리인을 찾아 협조를 구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결국 두 기관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도심 속 빈집 관리를 둘러싼 주민불안이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한 주민은 "버려진 폐가에서 안전사고와 범죄가 반복되고 있는데 책임소재만 따질 것이냐"며 "도시의 치안과 행정을 책임진 두 기관이 서둘러 공동 대응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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