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일관계 현주소 보여준 '레이더 갈등' 한 달

입력 2019-01-22 16:39  

[연합시론] 한일관계 현주소 보여준 '레이더 갈등' 한 달

(서울=연합뉴스) 일본 방위성이 한일 간 레이더 논란과 관련, 어제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진실 규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 중단'을 선언했다. 우리 군이 레이더를 쐈다는 새 증거라며 두 가지 레이더 탐지음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그동안 일방적 공세를 펼쳐온 일본이 휴전도 일방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우리 국방부는 일본 측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객관적 증거 공개와 과학적 검증을 재차 촉구했다. 마지막 공방이었지만, 두 나라 모두 '한미일 방위협력 강화'를 다짐하며 파국은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로써 한 달여 이어져 온 '레이더 갈등'은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이 레이더 갈등을 일으키고 공방전을 주도한 의도를 둘러싼 분석은 여전히 분분하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방 문제로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정권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라거나, 일본이 한국도 가상적국으로 삼아 전쟁 가능한 나라로 개헌을 유도하려고 이번 갈등을 유발했다는 분석은 우리의 시선을 끈다. 일본 측이 한국군의 레이더 도발 증거라며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위대 초계기의 광개토대왕함 근접비행 동영상이 방위성의 반대에도 총리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은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사실이라면 아베 정권이 지지율 만회를 위해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으로 악화한 일본 내 반한 감정을 더욱 자극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한일 레이더 갈등 이후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찜찜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우리 측이 정권 안보 차원에서 한일관계를 이용했듯이 일본도 어느 시점부터 지지층 결집에 반한·혐한 감정을 이용하는 사례가 잦아졌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한일관계가 더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악화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안보협력 대상국 순위에서 두 나라 모두 상대국의 가치를 끌어내릴 정도로 안보 분야에서의 파열음은 간과해서는 안 될 적신호다. 이번 레이더 갈등의 전개 과정을 보면 두 나라 사이에도 언제든 심각한 비우호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든다.

한일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다. 경제적으로는 주요 교역대상국이고 문화교류도 활발하다. 일본 내에는 이른바 한류 붐이, 한국에는 일본차·맥주·요리 등이 큰 인기를 누린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여건에서 외교·안보적으로는 운명공동체로 불린다. 남북, 북미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에 나선 현 상황에서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한일 안보협력 강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진전시켜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한일관계 악화가 부담스럽긴 일본도 마찬가지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가시적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라 일본도 북일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과의 관계를 지금 상태로 방치하긴 곤란하다. 마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다고 한다. 강 장관은 며칠 전 연합뉴스 영어유튜브채널인 '코리아나우'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 간 현안에 대해 역사문제와 경제·안보 등 다른 분야를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접근'이 기본 입장임을 밝히며 "차분하게 절제된 언어와 논의를 통해 처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외교력을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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