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대학원 시절, 야구·소프트볼 인연…"히어로즈 우승 이루도록 전폭 지원"
축구서 '여성 최초' 4관왕+야구서도 2관왕…"최초보다 내 역할이 중요해"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야구가 역시 다르긴 다르네요."
프로야구 최초로 여성 단장 시대를 연 임은주(53) 키움 히어로즈 단장은 구단의 단장 선임 발표 직후 쇄도하는 전화에 놀랐는지 축구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국가대표, 심판을 거쳐 프로축구 강원 FC 대표이사, FC 안양 단장을 지낸 임 단장은 잔뼈를 키운 축구를 떠나 야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임 단장은 키움 히어로즈의 사장도 겸임한다. 기존 박준상 사장은 구단의 마케팅과 영업에 집중하고, 임 단장 겸 사장은 야구단 운영과 프런트 관리를 책임진다.
임 단장은 "이제부터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겠다"고 의욕을 보인 뒤 "우리 히어로즈 선수들이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도록,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끔 뒤에서 그림자처럼 지원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임 단장과의 일문일답.
-- 언제 히어로즈의 단장 제안을 받았나.
▲ 2∼3주 정도 전이다. 박준상 대표가 와서 구단의 상황을 얘기했다. 본인은 마케팅과 영업 쪽에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선수단과 프런트 업무를 같이 하려니 벅차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사장의 업무를 이원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얘기했다.
내게 오기 전부터 히어로즈 구단에서 이미 새 단장 후보자를 많이 알아보러 다니고 추천도 많은 것으로 안다.
아마도 재정을 투명하고 운영하고, 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 강직하게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인물을 적임자로 알아본 것 같고, 내게 단장 제안을 했다. 난 누가 나를 추천했는지도 모른다.
일주일간 지인들과 상의 끝에 단장직을 수락했다.
축구단 재직하던 시절 등 오래전부터 히어로즈 구단을 특이하게 생각했다. 프로팀은 자생력이 중요한데 축구는 관중도 없고 시민구단이라 열악하다 보니 모든 프로스포츠의 롤모델로 히어로즈 구단을 상당히 부러워했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017년 FC 안양 단장 시절 2부리그에서 관중 1위를 한 적도 있다.
-- 축구단과 야구단은 많이 다를 텐데.
▲ 선수단 안쪽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야구는 데이터로 완벽하게 이뤄져 있어 축구보다 선수 영입, 이적,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이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본다.
축구단에선 1인 3∼4역을 하는데 야구단 프런트는 전문 영역이 나뉘어 있더라.
-- 야구와의 인연은 있나.
▲ 초등학교(강남초) 시절 육상부였는데, 야구팀 감독이 육상반을 가르쳤다. 그래서 캐치볼 등을 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선 소프트볼을 했다.
박찬호, 김병현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전 국민이 출근 지각을 하더라도 경기를 다 보지 않았나. 나도 그랬고, TV 해설자가 말하는 걸 집중적으로 들었다. 박병호 경기도 자주 봤다.
앞으로 (야구)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한다. 선수들과 더 수월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KBO리그 첫 여성 단장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부담은 없나.
▲ 축구에서 내가 4관왕을 했다.
남자 프로축구 여성 첫 전임 심판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여성 처음으로 남자 경기를 배정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축구단에선 또 여성 최초로 최고경영자(CEO)도 해봤다.
거추장스럽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최초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 길을 걸어오다 보니 된 것이다. 축구단, 야구단 모두 내가 먼저 원한 것도 아니었고 당시 구단 사장, 시장, 단장이 직접 나를 영입하러 왔다.
최초라는 것보다 내 역할이 중요하다. 키움 히어로즈의 변화에 내가 얼마나 도움 됐는지 등이 중요하다.
2군 리그 활성화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 나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엔 전 직원이 뛰어야 한다.
아직 구단 운영팀 직원들을 만나지 못했는데 곧 얼굴을 보고 연봉 계약, FA 계약 뒷얘기 등을 들어보겠다.
우리 선수들이 인터뷰할 때 2019년 우승이 목표라고 하더라. 선수들이 그 목표를 이루도록 뒤에서 그림자처럼, 불편함 없게 지원 스태프부터 더 많이 서포트하겠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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