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25년 후배 판사가 심사…치열한 공방 예상
23일 자정 넘겨 영장 발부 판가름 날 듯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를 이끌던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고 책임자로 꼽히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밤 결정된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검사 출신인 명재권 부장판사가 구속심사를 맡는다. 그는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다. 명 부장판사는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에서 일한 경력이 없어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영장전담 판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 차량과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자택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윗선'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처음으로 발부한 인물이지만, 지난달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이에 따라 명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2017년 2월 법원 내 전문분야 연구회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 논란으로 촉발돼 2년 가까이 법원 자체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75년 법관으로 임용돼 42년간 부산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판사'의 길을 걸어왔다.
그와 함께 구속심사를 받는 박 전 대법관, 앞서 구속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도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구속심사에서 검찰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판 등에 직접 개입한 증거·진술을 제시하고,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점을 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 수사를 맡은 신봉수 특수1부장, 양석조 특수3부장과 부부장검사들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편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 가치에 대한 중대 사건이라는 점과 혐의를 소명할 증거 자료에 대해 충실히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개입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고, 재판개입은 대법원장의 직무 권한에 해당하지 않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들며 적극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치열한 공방으로 심사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장심사를 마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결과는 23일 자정을 넘겨서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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