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 국립암센터 보건직 3명 중 2명 채용비리…175명이 들러리

입력 2019-01-23 10:03   수정 2019-01-23 17:22

60:1 국립암센터 보건직 3명 중 2명 채용비리…175명이 들러리
함께 일한 임시직 등에 필기시험 문제 유출하고 면접 질문 알려줘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지난해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시험 문제를 미리 유출하고, 면접 질문을 알려주는 등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출제위원과 면접관들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 이들과 닿은 줄이 없는 다른 지원자들은 그야말로 채용 과정의 '들러리' 역할을 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채용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국립암센터 초음파실 수석기사 A(44·여·3급)씨와 영상의학과 일반영상실 소속 B(39·남·5급)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에 관여한 직원과 문제를 미리 받아 시험을 치른 지원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공]
2018년 초 실시된 암센터 보건직 채용 과정에서 A씨는 초음파 과목 출제위원이었다.
A씨는 함께 일해온 임시직 C씨와 청년인턴 D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자신의 컴퓨터에 필기시험 문제를 띄우고 "오타 수정을 도와달라"며 보여줘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와 D씨는 컴퓨터로 봤던 문제를 복기해 시험을 치러 결국 C씨는 최종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다른 내부 응시자들에게 메신저로 자신이 기억한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와 함께 시험 문제를 본 청년인턴 D씨는 최종 불합격했다. 그러자 A씨는 D씨를 임시직으로라도 채용할 수 있도록 '작업'을 시작했다.

임시직은 면접으로 채용된다. A씨는 면접관인 영상의학과 기사장 E(48·남·2급)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E씨의 "그렇다면 심사장에 같이 들어가자"고 제안한다. A씨는 사전에 정해진 면접관이 아니어서 심사장에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
A씨는 면접장에서 D씨에게 낙상환자 응대법에 대해 질문했다. 미리 알려준 면접 문제였다. D씨는 답변을 잘 했고, E씨는 최고점을 줬다. 미리 짜인 각본이었다.

A씨는 출제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초음파 관련 30문제를 내며 부하직원 F(35·여)씨에게 유방 초음파 관련 7문제를 대신 내게 했다. F씨는 자신이 낸 문제를 다른 임시직 직원에게 유출했다.
영상의학과 5급 직원 B씨의 문제 유출은 더욱 과감했다. B씨는 필기시험 문제를 취합하는 교육담당 직원의 컴퓨터에 무단 접속, CT와 인터벤션 과목 시험 문제를 유출해 인쇄했다.
자신의 집 앞 주차장으로 함께 일하던 임시직 직원을 부른 B씨는 차 안에서 출력한 문제를 보여줬다. 문제를 본 직원은 정규직에 최종 합격했지만,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유출하지는 않아 형사 입건되지는 않았다.

2018년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 채용 시험에는 정규직 3명 채용에 178명이 지원해 경쟁률 약 60:1을 기록했다. 임시직은 1명 채용에 26명이 지원해 26:1이었다.

결론적으로 정규직 합격자 3명 중 2명은 필기시험 문제를 미리 본 부정합격자였다. 임시직 합격자 1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부정합격자 명단과 수사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했고, 해고 등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채용 비리가 있다는 익명의 투서를 접수한 보건복지부는 A씨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은 A씨를 수사하며 채용 비리에 관여한 6명을 추가 적발했다.
문제 유출 과정에서 대가성은 적발되지 않았다. 유출에 관여한 간부들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채용을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유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실력이 아닌 개인적 인연과 온정으로 부정을 저지른 사례"라며 "필기시험 문제 출제와 보관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확인된 만큼,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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