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비건 새 카운터파트' 언급…외교가선 김혁철 추정
유엔 北대표부 박철도 통전부 소속…통전부·외무성 '투트랙'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건의 새 카운터파트'가 지명됐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의 대미협상단이 사실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일전선부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22일(현지시간) 위성 연결로 진행한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설 직후 문답에서 김 부위원장의 17∼19일 워싱턴DC 방문을 언급하며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했을 뿐 아니라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newly designated counterpart)와 만날 기회도 가졌다"고 밝혔다.
복수의 외교가 인사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인사는 김혁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혁철은 스페인 주재 초대 북한대사로 활동하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2017년 추방된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정확한 직책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스페인에서 추방된 이후 통전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하고 있으며 이번에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수행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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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철과 함께 김 부위원장이 이끈 방미 수행단 전면에 등장한 박철 전 주유엔 북한 대표부의 동포 담당 참사관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참사관 역시 공식직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엔 북한대표부에서 해외 동포와 대미 민간교류 등을 맡은 점을 종합하면 그가 통전부 소속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은 통전부에서 해외 동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일부 외신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박 전 참사관은 특히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7월 초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김 부위원장과 면담할 당시에도 배석했고,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면담 당시 통역을 제외하면 김 부위원장의 바로 옆에 착석했다.
이 자리에는 북한 대외정책의 '실세'인 김성혜 통전부 실장과 함께 김혁철도 차례로 배석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비건의 새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는 명확지 않지만, '오벌오피스'(백악관 대통령 집무실)까지 들어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이들 실무진이 사실상 모두 통전부 라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김영철을 '원톱'으로 하는 통전부가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가 김 위원장 방미 직후인 19∼22일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만나 '합숙 담판'을 벌인 만큼, 정상회담 의제 등 세밀한 사안에 대해선 외무성이 계속 관장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큰 틀에서는 김영철을 '원톱'으로 하는 통전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비건-최선희 라인'을 통해 '디테일'을 조율하는 투 트랙 전략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의제를 조율한 '성김-최선희 라인'과 의전 등 로지스틱스(실행계획)를 조율한 '조 헤이긴-김창선 라인' 등 투트랙으로 실무협상이 진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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