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립박물관 건립 시작 전부터 오락가락…졸속 행정 빈축

입력 2019-01-23 14:55  

여수시립박물관 건립 시작 전부터 오락가락…졸속 행정 빈축
박물관 부지 여수 석보터 결정했다가 전문가 지적받고 원점 검토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여수시가 권오봉 시장의 핵심 공약인 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돌연 후보지를 바꾸는 등 시작 전부터 졸속행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여수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숙명여대 산학연구소에 여수시립박물관 용역을 맡겨 부지 선정과 박물관 성격 등 기본계획 수립에 나섰다.
여수시는 공청회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고려 시대에 쌓은 사적 제523호인 '여수 석보'(麗水石堡)터를 박물관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전문가들의 현장 평가에서 이 후보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장 평가에 나선 전문가들은 여수 석보터에 대해 "KTX 역과 가까워 소음과 진동, 분진에 취약하고 터가 문화재로 등록이 돼 있어 문화재청의 형상변경 심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여수 석보터와 선사유적공원, 망마공원, 이순신공원, 남산공원, 세계박람회장 등 6곳을 둘러봤다.
여수시는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여수 석보터 대신 다른 2곳을 후보지로변경하기로 해 행정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여수시는 당초 '여수 석보터'가 여수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사적지에 박물관을 건립하려면 문화재청의 형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절차조차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에 역사학자나 박물관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승호 시의원은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용역기관에는 건축 전문가만 있을 뿐 역사학자가 1명도 없었다"며 "한번 부지를 결정하면 100년 이상 가도록 지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부지 선정을 두고 오락가락하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석보터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건립을 추진했는데 전문가들의 현장 평가 결과를 보고 사실 당혹스러웠다"며 "용역기관에서 역사학자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구성했고 의견서를 보내오면 최종적으로 부지를 결정해 박물관 건립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수시립박물관은 권오봉 시장의 중요 공약 가운데 하나다.
여수시는 이달 중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신청하고 이달 말 전남도를 거쳐 문체부에 박물관 건립을 신청하기로 했다.
박물관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5천80㎡이다.
사업비는 국비 90억원, 지방비 185억원 등 275억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건립 사업이 일정대로 추진되면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1년 완공하고 2022년 상반기쯤 개관할 계획이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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