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행동주의 펀드 개입후 기업 고용·수익 모두 악화"

입력 2019-01-24 06:00  

한경연 "행동주의 펀드 개입후 기업 고용·수익 모두 악화"
공격 대상된 해외 48개 기업 분석…"기업가치 제고 순기능"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개입한 뒤로 성장성, 수익성 등 기업의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4일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압박에 나선 상황에서 기업 경영권 보호에 힘을 싣기 위한 연구 결과다.
한경연은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2013년과 2014년 공격을 시작하고 그해 종료한 해외 48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 기간 전후 3년의 경영성과를 비교·분석했다.
공격 기간을 1년으로 한정한 것은 자기주식 매입, 배당 확대,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해 단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여 이익을 얻는 행동주의 펀드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우선 48개 기업의 고용인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의 경우 전년 대비 4.8% 줄고 공격 다음 해에는 18.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 이전 매년 증가하던 설비투자는 공격 기간 중 전년보다 2.4% 줄었으며 공격 1년 후와 2년 후에는 각각 23.8%, 21.2% 감소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공격 기간에는 기존 흐름을 유지했으나 공격 다음 해와 2년 후에는 전년 대비 20.8%, 9.7%씩 위축됐다.
당기순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공격 기간에 46.2%, 다음 해에는 8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40.6%, 41.0% 줄었다.





부채비율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전까지 70% 수준을 유지하다 공격 기간에 90.7%로 상승해 전년 대비 21.1% 늘었다.
자본은 자기주식의 매입 등에 따라 공격 기간에 4.5%, 1년 후 14.8%, 2년 후 5.5%씩 감소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을 공격하면서 자기주식 매입과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받기 전 연간 7∼8% 내외로 늘던 조사 대상 기업의 자기주식은 공격 기간에 전년 대비 20.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역시 공격 기간에 전년보다 63.8% 급증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204.6% 높아졌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고용, 투자,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기업 가치를 악화시킨다"며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통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권 침해에 대한 재계의 우려와는 달리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면받기 쉬운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집결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해 불투명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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