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살해사건·민심 동요 '희석' 효과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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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엔터테인먼트청(GEA)은 22일(현지시간) 연 사업계획 발표 행사에서 사우디를 세계 10대 '엔터테인먼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투르키 알셰이크 GEA 청장은 "앞으로 마련될 보고 즐길 거리를 통해 사우디는 세계 10대, 아시아에서 4대 엔터테인먼트 관광지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GEA는 100여개 국내외 협력사와 장기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GEA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올해 우승 상금 500만 리얄(약 15억원)의 국제 쿠란(이슬람 경전) 암송 대회를 비롯해 헤지라(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긴 사건) 순례 대회를 개최한다.
이런 종교 행사뿐 아니라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스타를 초청한 친선 경기,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등 스포츠 행사도 열린다.
야외 영화관, 라이브 공연을 하는 카페와 식당, 마술·서커스 쇼, 마담 투소 박물관(유명인의 밀랍인형을 전시한 관광시설) 등을 허용해 그간 사우디에서 보지 못한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유흥 행사가 올해 안에 마련된다.
알셰이크 청장은 "모든 행사가 이슬람의 가치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이런 엔터테인먼트 행사는 40년 전 사우디에서 흔했던 일로, 이제 사우디가 그때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년 전(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이란이 엄격한 이슬람 교리를 근간으로 하는 신정일치 국가로 급변하자 그 여파로 사우디도 보수적 이슬람이 정치, 사회, 문화 등 각계를 지배하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알셰이크 청장은 이어 "사우디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수만개 또는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백억 또는 수천억 달러의 가치를 만드는 대문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한 전례 없는 개혁 정책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 개혁 정책으로 사우디가 강고한 종교 왕국에서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일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이 터지면서 사우디의 파격적 개혁성이 순식간에 퇴색해버렸다.
올해에도 마흐람(남성 보호자가 여성의 법적 행위를 승인하는 이슬람권의 관습) 제도를 거부한 사우디 여성이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사우디 정부의 개혁 정책이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GEA의 대규모 사업 발표는 사우디의 개혁 정책이 이런 부정적인 사건으로 후퇴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행사를 통해 민심의 동요도 희석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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