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민연금 '엇갈린 메시지'에 냉·온탕 오간 한진그룹

입력 2019-01-23 21:18   수정 2019-01-23 21:59

청와대·국민연금 '엇갈린 메시지'에 냉·온탕 오간 한진그룹
文대통령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국민연금 수탁위는 '신중 모드'
한진, 겉으론 조용한 대응, 내부선 재계 지원사격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그룹은 23일 청와대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행사를 놓고 다른 공간에서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자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청와대는 스튜어드십코드의 적극적인 행사를 강조했고, 국민연금은 대한항공[003490]과 한진칼[180640]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한진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4시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가 됐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모범 규범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틀린 것을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경영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 검토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주권 행사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하자 한진으로선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오후 6시30분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회의 결과가 나오면서 누그러졌다.
수탁위 회의에서 한진에 대한 주주권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더 많이 나왔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수탁위 위원 총 9명 중 2명이 대한항공과 한진칼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찬성했지만, 과반이 넘는 5명은 반대했다.
나머지 2명은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는 반대하고, 한진칼에 대한 부분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는 찬성했다.


한진은 수탁위가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일단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공식적으로는 어떤 입장도 내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대응했지만, 내부적으로 수탁위 결정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재계가 나서 '지원 사격'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이날 대통령이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강조한 만큼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이날 발언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기금위가 수탁위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지만, 최종 결론을 어떻게 낼지는 미지수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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