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치인 "비인간적 행위…사회 불안 유발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45)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로마 인근에 있는 이탈리아에서 2번째로 큰 난민 센터를 기습적으로 폐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의 명령에 따라 로마 북쪽 도시 카스텔누오보 디 포르토에 있는 '카라' 난민센터에 수용된 난민들이 22일부터 짐을 챙겨 떠나기 시작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출신 이주민 약 500명을 수용해 온 이 센터를 이달 말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이곳에서 생활하던 난민들을 다른 지역의 난민 센터로 분산 배치하는 데 착수했다.
살비니의 명령은 사전 고지 없이 갑작스럽게 내려진 데다, 다른 센터로 분산 수용이 결정된 난민 300명을 제외한 나머지 난민 200여 명은 길거리로 내쫓기는 처지로 내몰린 탓에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어린이들은 졸지에 학교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떠나게 됐고, 상당수 난민들은 새로운 반(反)난민법에 따라 이탈리아 체류자격을 박탈당해 다른 난민 센터에 들어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좌파 정당인 자유와평등(LeU) 소속의 라우라 볼드리니 전 이탈리아 하원의장은 "살비니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의 이번 조치는 소외와 불안정을 증폭시켜 사회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2차대전 시기에 나치와 파시스트들에 항거하던 반파시즘 단체인 ANPI와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모임인 ANED는 공동 성명을 내고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갑작스럽고, 강제적으로 성인과 어린이들을, 그것도 목적지도 알리지 않고 이송하는 것은 나치의 유대인 강제 이송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중도좌파 민주당이 이끈 전임 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낸 카를로 칼렌다도 "이주민을 위한 센터를 폐쇄하면, 그들은 어디로 갈 거 같나? 이탈리아에 남아 거리를 배회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개탄했다.
가톨릭 단체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수사회도 이날 트위터에 "아버지, 그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모릅니다"라는 유명한 성서 속 글귀를 올려 비난에 가세했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들끓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훌륭한 아버지라면 응당 가족들을 위해 할 법한 일을 했다"며 "이탈리아는 카스텔누오보 난민캠프의 임대료로만 매년 100만 유로(약 13억원), 운영비로는 500만 유로(약 65억원)를 부담해왔다. 난민 센터를 폐쇄하는 것은 경제적, 상식적, 행정적으로 올바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캠프에서 지낼 합법적 자격을 갖춘 사람들 모두가 다른 시설로 옮겨질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추후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년 말 통과된 새로운 사회안전법으로 인해 기존에 보호받던 난민 4만명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회안전법은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 축소, 난민 자격의 박탈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살비니는 "이탈리아의 난민센터에서 나간 수천 명의 난민 상당수는 더 이상 이탈리아에 있지 않다"며 "오랫동안 이탈리아로 하여금 홀로 난민을 수용하도록 한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그들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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