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미가 2차 정상회담 준비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공동 목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만족을 표해,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비핵화-상응조치' 교환 방안에 북미 정상이 어느 정도의 교감을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방미했던 북측 대표단을 23일 만나 협상내용을 보고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며 "조미(북미) 두 나라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하여 한발 한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이 2월 말로 합의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회담, 트럼프 대통령 예방, 북미 실무진간 협상 등이 이어진 이번 방미를 통해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상응조치 교환의 '접점'을 어느 정도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의 수준과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은 것"이라며 "큰 틀에서 교집합의 범위는 정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한 결단력',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 면담과 친서를 통해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응조치 제공 의지를 확인했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측이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과 평화체제 협상, 제재 문제 등 상응조치에서 미국의 보다 진전된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어느 정도 견해차를 좁히고 비핵화와 상응조치 교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2월 말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실무 협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잘해나가기 위한 '과업과 방향'도 제시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보도 당시 '예정된 제2차 조미수뇌회담'을 언급하며 추가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이미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2월 말이라는 개최 시점이 정해진 만큼 북한 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했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동엽 교수는 "(정상회담) 합의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긍정적 차원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방미 결과보고에 대한 보도는 비슷한 시간대에 나온 '신년사 이행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와 방중 친선예술대표단의 평양 출발 보도와 달리 대내용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앞으로 노동신문을 비롯한 대내 매체들의 보도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이 체제안전 문제와 직결된 북미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 아직 신중을 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하는 김영철 부위원장 옆에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순서로 대표단 인사들이 앉아 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 때는 박철이 김영철 바로 옆에 앉고 김혁철은 말석에 자리해 '착석순서 변화'의 함의가 주목된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측 카운터파트가 최근 새로 지명됐다고 거론했는데, 이 인사가 김혁철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활동 이력 등을 봐서 (김혁철을) 외무성 인사로 보고 있다"며 '당 통일전선부 소속은 아니라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렇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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