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평택시 폐기물 처리 주체도 결정 못해…방역도 비상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 1천200여t이 내달 초 국내 반입될 예정이나 최소 6개월 더 항만에 보관돼 있어야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 주체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예산 배정 등 행정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몇 달간 보관돼 있다가 이번에 국내로 들어오는 폐기물은 부패했을 가능성이 커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24일 환경부와 평택시, 평택세관 등에 따르면 평택 소재 A업체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폐기물 1천200여t이 설 연휴 기간인 내달 3일 평택당진항을 통해 국내 반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도착예정일까지 열흘가량 남은 이날 현재까지도 환경부와 평택시 등은 폐기물 처리 주체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폐기물은 앞으로도 6개월 이상 평당항 적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항만은 지자체 행정력이 미치는 구역이 아니어서 아직 처리 주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산 문제도 있기 때문에 환경부, 경기도 등과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을 수출한 A업체 소재지가 평택시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협의 중이어서 처리 주체가 정해지는 대로 절차에 맞게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처리 주체가 정해지더라도 환경부와 경기도, 평택시의 추경 예산 편성 등은 물론, A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등 절차를 거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시는 일러야 올해 7월부터 폐기물 처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7월 필리핀으로 수출돼 몇 달씩 보관돼 있다가 이번에 평당항으로 들어오는 폐기물 1천200여t은 부패했을 가능성이 커 방역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환경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방역 계획에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필리핀 당국에서 조사할 당시 부패나 유해 생물 유입 등 위생상 문제는 없었다고 통보를 받아 방역 계획은 달리 세우지 않았다"며 "1천200여t은 컨테이너 안에 포장된 채 보관돼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택시는 환경부와 처리 주체를 놓고 협의를 벌이는 것과 별도로 자체 계획을 수립, A업체에 폐기물 자진 처리를 최대한 유도한 뒤 여의치 않으면 대집행을 통해 폐기물을 소각할 예정이다.
A업체는 지난해 7월(약 1천200t)과 10월(약 5천100t) 필리핀에 폐기물을 수출해 국제적인 문제를 일으켰고, 현재도 평당항과 광양항, 군산항 등에 1만2천여t의 폐기물을 적치해 환경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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