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외무부 '포문'…"정권 찬탈 시도, 무력개입은 재앙적 시나리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정국 대혼란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는 서방을 향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외무부는 물론 크렘린궁까지 나서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외부 개입 중단을 요구하며 마두로 구하기에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우리는 베네수엘라 정권 찬탈 시도를 국제법 기초와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외부 개입을 아주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무력적 영향력 행사 발언은 아주 위험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두로가 요청하면 러시아가 그에게 망명지를 제공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는 "마두로는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대통령이며 그러한 질문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페스코프는 러-베네수엘라 협력 관계에 대해 "이 나라에서 러시아 기업들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고 통상·경제 및 투자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인정한 것은 워싱턴이 베네수엘라 위기에 직접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는 내정 간섭이며 마두로를 권력에서 몰아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사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 발전 모델의 기본을 흔드는 재앙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 사례는 서방 국가들이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어떻게 무시하는지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한 장문의 공식 성명을 내고 "외부 무력 개입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여러 국가의 신호는 아주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그러한 모험주의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반응은 베네수엘라에서 부정 의혹을 낳은 지난해 대선 이후 야권 시위가 계속 격화해 재선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박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대다수 미주 우파국가들은 야권의 정권 퇴진운동을 지원하고 나섰다.
반면 쿠바, 볼리비아, 멕시코, 러시아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계속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마두로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일제히 불공정 선거라고 비난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승리를 축하하는 전문을 보내 "양국 간 공조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호 관계를 확인한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뒤이어 지난해 12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 및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를 미국에 맞서는 남미의 거점 국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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