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다국적 시위대가 콘크리트 장벽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운전자를 분리하는 일명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고속도로'에서 기습적인 점거시위를 벌였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등 다국적 시위대는 23일(현지시간) 아침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지나는 4370번 고속도로에서 '분리에 반대한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점거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시위대는 최루탄과 섬광수류탄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선 이스라엘 경찰에 밀려 30여분 만에 해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2명이 체포되고, 4명이 부상했다.
'아파르트헤이트 도로'란 비난 속에 이달 초 개통된 4370번 고속도로는 콘크리트 등으로 세운 8m 높이의 벽으로 도로를 반으로 나누어 벽을 기준으로 동쪽은 이스라엘 주민이, 서쪽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용하도록 했다.
요르단강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은 동쪽 도로를 통해 빠르게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다. 팔레스타인 운전자들은 서쪽 도로를 통해 라말라와 베들레헴으로 이동할 수 있으나 예루살렘 구간은 지하도를 통해 빠져나가야 한다.
이로 인해 '아파르트헤이트 도로'란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이스라엘 측은 허가증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새 도로를 '아파르트헤이트 고속도로'라고 부르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합법적인 허가증만 있으면 국적이나 종교, 인종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 예루살렘에 가는 동쪽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팔레스타인 지배를 강화하려는 이스라엘의 의도가 명백하다며 이스라엘이 미국의 맹목적인 지지하에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이 지역의 영토 보전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2003년부터 8년간 서안 지역 443번 도로의 일부 구간에 장벽을 세워 초록색 번호판을 붙인 팔레스타인 차량의 통행을 금지한 전례가 있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