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재판 또 지연…증인진술 공유 두고 대립 격화

입력 2019-01-24 17:08  

김정남 암살 재판 또 지연…증인진술 공유 두고 대립 격화
법원, 피고인에 검찰측 증인진술 제공 판결…검찰 "즉시 상고"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동남아 여성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 측 증인의 경찰 진술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은 이날 검찰 측 증인 7명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제공해 달라는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7·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만장일치로 "검찰은 2주 이내에 증인들이 진술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증인에는 김정남이 살해되기 전 타고 다녔던 차량의 운전사와 시티의 직장 동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판결은 피고인들이 증인과 접촉해 진술을 바꾸려 들 수 있다며 같은 요청을 기각했던 지난달 18일 샤알람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항소법원의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면서 연방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28일 재개될 예정이었던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도 상고심이 끝날 때까지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시티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재판절차를 중단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소법원 재판부는 시티와 함께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여)도 판결 내용을 알 필요가 있다면서, 그 이후 재판 중단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
시티와 흐엉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작년 8월 두 사람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며 자기 변론을 명령했다.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의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유죄가 인정되면 피고인들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사형제 폐지 방침을 세우고, 관련법이 정비될 때까지 사형집행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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