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만에 전 재산이 잿더미" 화마가 삼킨 울산농수산물시장

입력 2019-01-24 17:53   수정 2019-01-24 19:33

"25분만에 전 재산이 잿더미" 화마가 삼킨 울산농수산물시장
3년 전 화재 겪고도 무방비 방치…설 제수품 몽땅 타 피해 '눈덩이'
김부겸 장관, 현장 방문해 대책 주문…울산시, 특별교부세 30억원 요청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김근주 기자 = 설 대목을 일주일여 앞둔 24일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건물 1개 동이 모두 불에 타 붕괴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3년 전에도 추석을 앞두고 불이 났던 시장에서 더 큰 화재가 발생한 것을 두고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 2시 1분께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소매동에서 났다.
수산물소매동은 횟집, 생선류와 고래고기 등을 판매하는 점포 78개가 입점한 곳으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전체면적 1천21㎡ 규모 1층짜리 건물이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은 지 약 10분 만인 오전 2시 12분께 2개 이상 소방서 인력·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삽시간에 번진 불로 건물은 약 25분 만에 전소돼 무너져 내렸다. 건물 뼈대를 제외하고 내부 점포, 각 점포에서 보관하던 제품과 집기류 등을 모조리 태워버린 불은 오전 4시 40분께 꺼졌다.
소방서 추산 재산피해액은 부동산 5억7천만원, 동산 7억8천만원 등 13억5천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상인들이 체감하는 피해 규모는 훨씬 컸다.



설 대목이라도 잡아보려고 생선 등을 미리 냉장고나 냉동고에 쟁여 넣어뒀는데 모두 잿더미가 된 것이다.
28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한 김모(74)씨는 "생선값만 2천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 설 대목에 팔려고 도미며 조기며 대량으로 준비해뒀는데 모두 불에 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년 가까이 횟집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이 가게가 내 전 재산이다"며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서 꾸려왔는데 홀랑 불에 타버렸으니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상인들은 가게마다 물건값만 수천만원에 달하고, 냉장고 등 집기류를 포함하면 최소 1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시장 영업을 마친 시간에 불이 나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특히 농수산물도매시장은 2016년에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화재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추석 연휴를 6일 앞둔 9월 8일 오후 6시께 이번에 불이 난 수산물소매동 옆에 있는 종합식품동에서 불이 났다. 49개 점포 중 4개 점포가 전소 또는 반소돼 소방서 추산 2천4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런 피해를 보고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나 학습효과를 예방책에 반영하지 못했고, 안전불감증은 결국 불과 3년도 안 돼 더 큰불을 부르고 말았다.
아직 화재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날 현장을 방문했으나, 내려앉은 천장 패널 때문에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고 감식도 하지 못했다. 경찰 등은 우선 패널을 제거한 뒤 감식을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원인 규명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농수산물시장에서 화재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낡고 조잡한 건물과 시설이 별다른 보강 없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90년 3월에 개장한 농수산물시장은 협소한 공간과 건물 노후화로 2010년부터 이전이 검토됐다.
그러나 시장 재건축을 희망하는 일부 상인들의 이견 제기 등으로 시장 이전이나 재건축은 올해로 10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언제 이전 또는 재건축될지 모르는 낡은 시장 건물에 소방설비 구축 등을 기대하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김 장관은 울산소방본부와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에게서 상황 보고를 받은 뒤, 상인들을 만나 위로했다.
김 장관은 "설 대목이 불과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시장에 불이나 안타깝다"며 "상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이 모여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장관과 동행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상인 여러분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시장 복구 지원대책의 하나로 특별교부세 3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김 장관에게 요청했다.
시는 특별교부세가 화재 폐기물을 처리하고 임시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필요하며, 불에 타 붕괴한 수산물소매동 복구에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78개 점포 상인들이 임시로 영업할 수 있도록 몽골 텐트를 설치해 제공할 예정이다. 전기와 기타 부대시설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시는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단장을 맡고 13개 부서가 단원으로 구성된 대책반 운영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등을 이용해 피해 상인들에게 긴급 융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재정적 지원도 병행할 예정이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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