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여성 간호조무사 등 후보 10명 발표…총 79명 확정키로
"기득권 독재에 굴복 안 해…국민적 분노를 인간 본위 정치로 전환할 것"
극우진영 표 잠식 예상…르펜 "독립성 유지 관건" 경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두 달간 이어지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집권 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노란 조끼' 연속집회 참여자들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노란 조끼' 집회의 대표적 얼굴로 떠오른 30대 간호조무사 여성을 중심으로 뭉친 시민들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이 유럽의회 선거에 실제로 후보를 낼 경우 프랑스 극우 진영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란 조끼'(Gilets Jaunes) 연속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간호조무사 잉그리드 르바바세(31) 등은 23일(현지시간) '시민발의연합'(RIC)이라는 이름으로 10명의 유럽의회 선거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내달 중순까지 내부 투표절차를 통해 69명의 추가 후보를 선발해 총 79명을 오는 5월 말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된 10명의 명단에는 르바바세 외에 중소기업 대표, 가정주부,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노란 조끼의 정치세력화를 주도하는 르바바세는 지난 두 달간 이어진 노란 조끼 연속시위 얼굴 중 하나로 떠오른 인물이다.
최근 24시간 보도 채널인 BFM TV는 노르망디 유르 지방에서 노란 조끼 집회를 이끌어온 르바바세를 자사 뉴스프로그램의 공동진행자로 발탁하려 했지만, 반대세력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이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RIC는 성명을 통해 "작년 11월부터 일어난 국민적 분노를 구체적이고도 인간 본위의 정치 프로젝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간, 연대, 지구환경의 원칙들을 도외시하는 테크노크라트(직업관료)들이나 금융 기득권의 독재, 그리고 유럽연합 기관들의 결정에 더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IC는 유럽의회 선거에 총 79명의 후보를 내기로 하고 나머지 69명의 후보선발은 모든 시민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노란 조끼의 정치세력화 선언으로 가장 표를 잠식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파는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이다.
여론조사기업 엘라베가 같은 날 발표한 유럽의회 선거 투표의향 조사에서는 '노란 조끼'가 후보를 낼 경우 응답자의 13%가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22.5%로 1위를 차지했고, RN은 17.5%로 뒤를 이었다.
투표의향은 제1야당인 공화당(중도우파)은 '노란 조끼'보다 낮은 11.5%의 투표의향을 기록했고, 녹색당(EELV) 8.5%, '프랑스 앵수미즈'(급진좌파) 8%, 사회당 5% 순으로 나타났다.
'노란 조끼'가 후보를 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면 극우 RN의 투표 의향도는 20.5%였는데, '노란 조끼'가 나올 경우 RN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류세 인하 등 서민경제 개선요구로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은 대도시의 정치·경제 엘리트들에 대한 분노에 힘입어 직접 민주주의 확대, 마크롱 퇴진 등의 요구로 확산했다.
기득권 엘리트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세계화에서 소외된 농민과 서민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노란 조끼'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RN의 지향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RN의 대표인 마린 르펜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CNEWS에 출연해 "노란 조끼가 후보를 내겠다고 한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들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 "명단을 보면 열성 사회당원 경력이 있는 사람이 보이는 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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