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둑 될 뻔 했네' 대리운전 불러 남의 차 타고 '황당한 귀가'

입력 2019-01-25 09:13   수정 2019-01-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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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둑 될 뻔 했네' 대리운전 불러 남의 차 타고 '황당한 귀가'
실수한 30대 취객 이튿날 '자수'…112 신고했던 차주도 '너털웃음 마무리'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잠시 세워둔 내 차가 사라졌어요."
지난 22일 오후 11시 25분께 30대 A씨는 광주 북구 신용동 첨단2지구 먹자골목 거리에 자신의 흰색 포르테 승용차를 잠시 세워뒀다.
급히 살 물건이 있어 시동을 걸어둔 채 종종걸음으로 마트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A씨는 자신의 차량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으로 발견했다.
놀란 마음에 112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강력팀은 주변 CCTV부터 뒤졌다.
CCTV 화면에는 수상한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비틀비틀 걸어온 한 남성이 A씨의 차량 조수석에 자연스레 올라타더니, 잠시 후 다른 남성이 헐레벌떡 뛰어와 운전석에 올라타 쏜살같이 차를 몰고 가버렸다.
범인을 쫓던 경찰에 다음날 들려온 "도난당한 차량을 찾았다"는 소식에 황당한 너털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A씨가 포르테 차량을 주차한 바로 옆에도 같은 차종의 흰색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이 차량의 주인은 30대 남성 B씨였는데, B씨는 지인들과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귀가하기 전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운 날씨에 차량 시동을 걸어 놓고 밖에 나와 대리기사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운 B씨는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그러나 B씨가 탄 차량은 자신의 차량이 아닌 A씨가 나란히 주차한 차량이었다.
술에 취한 B씨는 남의 차인지도 모르고 조수석에 앉아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어온 대리운전기사를 "시동 걸린 흰색 차가 내차다"며 불러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A씨가 사라진 자신의 차량 옆에 흰색의 같은 종류의 차량이 세워진 걸 수상히 여기고 차량에 적힌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차를 바꿔 타고 가신 것 같은데요."
A씨의 물음에 B씨는 귀찮다는 듯 "에끼 이 양반이 무슨 소리야? 내차 맞소"라고 응대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B씨는 비틀비틀 귀가했다가 술이 깬 다음 날 자신이 남의 차를 타고 온 사실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자책하며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제가 남의 차를 바꿔 타고 왔습니다."
경찰은 B씨의 자수(?)로 A씨가 차량을 되찾고, 고의성의 없고 A씨가 처벌 의사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사건을 종결 처리하기로 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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