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노다지마을 성공 경험 바탕…"잘사는 농촌 만들 것"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사회적 농업을 통해 노인과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어 잘사는 농촌을 만들겠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지난 2일 전남 순천시 낙안면장에 취임한 신길호(52)씨는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취임한 지 3주 지난 신 면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걸자 그는 "낮에는 회의가 많아 통화하기 힘드니 밤에 인터뷰하자"며 양해를 구했다.
오후 9시가 지나서야 전화를 걸어온 그는 "한 마을에서 주민 간 해묵은 갈등이 있었는데 잘 설득해 오해를 풀었다"며 "서로 화해하는 의미에서 저녁을 함께했다"고 운을 뗐다.
신 면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획서를 쓰면서 시간을 보내다 직원들이 출근하는 8시 30분쯤 사무실에 나와 업무를 본 뒤 오후까지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순천고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신 면장은 해병대 소령으로 전역했다.
포스코 협력회사 기획실장을 하다 2012년 포항으로 귀촌했다.
2013년 자본금 2천만원으로 포항노다지마을을 설립한 신 면장은 고추·귀리·콩·단호박·배추 등을 수확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농업회사로 키웠다.
잘 나가던 그가 순천 낙안면장 공모에 도전한 것은 노다지마을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면 단위에서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 면장은 "포스코 협력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며 투자를 유치했지만, 결국 이익은 대표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내 이름으로 내 기업을 만들어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이익을 돌리고 싶었다"며 "사회적 농업을 통해 노인과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어 잘 사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 면장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의 현실에서 소득을 끌어 올리려면 마을공동체를 통한 사회적 농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민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보도록 독려하는 것이야말로 낙후한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신 면장은 28일부터 2월까지 한 달간 마을기업 학교를 열어 농민들에게 마을공동체에 대해 교육하기로 했다.
그는 "35개 마을 주민 3천500여명이 모두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주 3번 저녁에 무료로 교육을 하기로 했다"며 "마을별로 아이템을 찾고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등 마을공동체를 준비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낙안면은 배와 오이, 매실, 밤, 도라지, 고사리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다.
배와 오이를 제외하고는 소규모로 경작해 소득이 높지 않다.
신 면장은 이들 농작물에 낙안면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시장에 유통할 계획이다.
신 면장은 "마을공동체가 직접 생산하고 브랜드를 갖고 유통하면 결국 농민들의 소득은 늘어날 것"이라며 "마을공동체가 성장하려면 보통 6∼7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을 겪고 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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