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 700억원대 추정…피해자 "30% 수익 보장 투자 강요"
조은D&C "투자 사기 아니다…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안 돼 자금난"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이 엄동설한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25일 오후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중심가에 자리 잡은 지상 15층 규모 조은클래스 상가 건물공사가 거의 완료됐다.
건설회사 조은D&C가 분양한 건물로 시행사가 자금난을 겪다가 투자사기 사건에 휘말린 곳이다.
조은클래스 상가 건물이 한창 올라가던 지난해 조은D&C에 투자를 한 사람들은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피해자들은 "상가 분양자에게 잔금을 미리 납부하면 연 30%에 달하는 이자를 보장하겠다고 투자약정서를 체결하고 선이자를 일부 주는 방식으로 속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가 분양자가 아닌 일반인도 '3개월에 30% 수익을 주겠다'는 조은 D&C 영업 직원 말에 속아 돈을 날렸다"며 "피해자 중에는 퇴직금과 노후자금을 몽땅 날린 사람도 있고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가정 파탄 위기에 몰린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조은D&C가 5년 보장 조건으로 '수익 보장형 상가' 8개를 분양하면서 '워터파크와 아동병원, 명품관이 들어온다'고 하면서 조은클래스·조은몰 수분양자, 투자자, 심지어 자기 회사 직원과 가족에게도 투자하도록 강요했다"며 "조은D&C 대표 조모(44) 씨 등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은클래스 신탁회사는 상가 분양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원만한 합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클래스 상가 바로 옆에 조은플러스 상가도 이번 투자사기 불똥이 튀었다.
조은D&C가 분양하고 건물 관리를 맡아 한때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위기까지 몰렸다가 상가 주인들이 돈을 모아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1층과 2층 일부만 의류 할인판매장으로 운영될 뿐이고 거의 모든 상가는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상가빌딩 관리단은 건물 이름을 탑스퀘어로 변경했다.
한 상가 분양자는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은행 대출을 받아 상가에 투자했다"며 "매매나 임대도 안 되고 대출이자 내야지 관리비는 계속 나오고 죽을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씨에게 피해를 봤다며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은 265건이고 피해 금액은 700여 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보상을 기대하며 고소를 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1천억원이 넘는다는 말도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23일 높은 수익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조은D&C 대표 조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의 구속 여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28일 오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은D&C 측은 "투자 사기가 아니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이 계획대로 안 돼 자금 흐름에 차질이 생겼다. 회생 자금을 확보해 회생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피해자들에게 해명했다.
c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