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과이도에게, 푸틴은 마두로에게 전화…中 등 각국 가세
美 외교관 철수·안보리 소집…러 외무 "불에 기름 붓기"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베네수엘라 정권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편을 가르는 '대리전'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5일 AFP통신과 CNN, 더 타임스 등 외신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좌우 대립구도' 확산 양상을 잇달아 보도했다.
23일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베네수엘라 정국 대혼돈 사태가 국제사회의 대리전으로 번진 계기는 미 정부가 이날 시위를 이끈 35세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그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에 반발해 미국과 외교단절을 선언하자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외교관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등 미대륙의 우파 정부들이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내고 '반 마두로 전선'에 동참했다.
유럽연합(EU)도 과이도 의장을 지지했고,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 역시 "영국은 과이도 의장이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 인물이라 믿는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유럽은 마두로 대통령의 불법선거 이후 민주주의 회복을 원한다"고 말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과이도 의장에게 전화해 "베네수엘라에서 자유 선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우리는 중립적이지 않다. 과이도를 지지하며 새로운 선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를 중심으로 쿠바, 볼리비아에 이어 중국, 터키, 시리아도 '미국의 내정간섭'에 각을 세우며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화해 "파괴적인 외국의 간섭은 국제법의 기본을 짓밟는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5월 마두로의 재선 후 '불공정 선거'라는 서방국가들의 비판과 상관없이 축하 전문을 보냈고, 12월에는 마두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우호를 다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정말로 위험한 징후를 느끼고 있다. (미국의 과이도 지지가) 불에 기름을 붓는 것 같다"며 "군사력에 기대는 것은 대재앙이 될 것이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에서 더 큰 유혈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베네수엘라의 신용을 떨어트리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제국주의를 비판한다"고 밝혔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역시 마두로 대통령에게 연대를 표했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을 겨냥해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을 안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동시에 외부 세력이 베네수엘라 내정을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마두로에게 전화해 "터키는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격려했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는 미국이 모든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내정을 간섭하려 한다는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우루과이와 멕시코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유혈사태 확산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인권과 법에 따른 새로운 협상 절차를 제안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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