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미세먼지 심해도…"문화재 해설사는 왜 마스크를 안 쓸까"

입력 2019-01-27 06:00  

[인턴액티브] 미세먼지 심해도…"문화재 해설사는 왜 마스크를 안 쓸까"


(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이세연 황예림 인턴기자 = "해설할 때는 마스크 못 쓰죠. 그래서 문화재 해설사 중에 안 아픈 사람이 없어요"
미세먼지 알림이 나쁨과 매우 나쁨을 오가면서 경고문을 띄우던 1월 어느 날 서울의 한 고궁.(문화재 해설사가 취재에 응한 사실이 드러날까 봐 불안해한 점을 고려해 몇일이었는지 표시하지 않았음)
관람객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이들에게 고궁에 관해 설명해주는 문화재 해설사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A씨는 30분 가까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먼지 섞인 공기에 입이 마르는 듯 이따금 힘들게 마른 침을 삼켰다. 궁을 찾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일으키는 흙먼지와 미세먼지가 합쳐져 시간이 흐를수록 공기는 더 탁하게 느껴졌다.

◇ 문화재청 "미세먼지 대응책 없어"…재난문자 와도 해설 강행
A씨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해설사의 마스크 착용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 때문.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설사도 관광객 양해를 구하면 쓸 수 있다"고 말했지만, 궁궐 해설사들은 성의 없어 보이거나 관람객이 불쾌하게 여길까 봐 쉽사리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문화해설 자원봉사단체 관계자 B씨는 "폭염 때 선글라스 쓰는 것도 민원이 들어온다. 얼굴 보고 하는 일인데, 선글라스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해설사 사이에서 미세먼지가 심해도 마스크 쓰는 건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서울 시내 4개 궁궐과 종묘에는 해설사와 관련된 미세먼지 대응 지침이 아직 없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문화재 해설사를 포함한 현장 근무자에 대해 적용하는 행동지침은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궁궐에 따라서는 각자 예산으로 마스크를 사서 지급하기도 하지만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전혀 지급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한 고궁 관리소는 최근 관리소 소속 문화재 해설사 한 사람당 4∼5개의 마스크를 지급했지만, 자원봉사 해설사에겐 이조차 주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될 정도로 공기 질이 나쁜 날에도 마스크 사용 같은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없이 궁궐 내 해설을 한다는 것.
대책의 부재는 궁 관리소 직원인 문화재 해설사와 자원봉사 해설사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자원봉사자로 문화재 해설을 하는 강천웅 우리문화숨결 사무국장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와도 문화해설을 한다. 최근 들어 '재난문자가 올 정도면 해설 일정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해설사 C씨는 얼마 전에도 이비인후과를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하루에 두세 번 해설하고 나면 목이 칼칼해 목소리도 안 나오고 눈도 충혈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대책 마련한 서울관광재단…문화재청은?
문화재청과 달리 이미 대책을 마련한 곳도 있다.
'서울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하는 도보 관광'이라는 문화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재단은 지난해부터 해설사들을 위한 '미세먼지 대처방안'을 마련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당일 관광 일정을 취소한다. 서울관광재단 관광콘텐츠팀 신유빈씨는 "지난해부터 미세먼지가 심할 때 일정 취소 조치를 시작했는데, 상세한 매뉴얼은 현재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도 연합뉴스가 거듭 취재를 요청하자 미세먼지 대응 내부지침을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올 초 배포한 미세먼지 대응 건강 보호 가이드를 기준으로 실정에 맞는 내부지침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미세먼지·폭염·우천 등 기상 악화 시 근무자의 건강권 보호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근무수칙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kwakhyo1@yna.co.kr, seyeon@yna.co.kr, yellowyer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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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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