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국명, '북마케도니아'로 공식 변경(종합)

입력 2019-01-26 00:12  

마케도니아 국명, '북마케도니아'로 공식 변경(종합)
그리스 의회, 거센 반대 여론 불구 국호변경 합의안 비준
양국, 30년 반목 끝 관계정상화 '발판'…세계 외교가 난제 중 하나 풀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와 이웃한 발칸반도의 나라 마케도니아의 국호가 '북마케도니아'로 공식 변경됐다.
그리스 의회는 25일 오후(현지시간) 이웃 나라와 작년에 체결한 마케도니아 국호 변경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거센 반대 여론 속에 당초 예상보다 하루 늦게 실시된 이날 투표에서는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153명이 찬성표를 던져 비준에 필요한 과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양국 의회의 비준 완료로 합의안이 발효됨에 따라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을 둘러싸고 30년 가까이 앙숙 관계를 이어 온 양국은 해묵은 갈등에 정식으로 종지부를 찍고 관계 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마케도니아를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의 약자를 따 'FYROM'으로 칭해온 그리스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마케도니아가 독립한 뒤 국호 문제로 반목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자부심이 큰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이웃 나라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리스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원래 나라 이름에 방향을 나타내는 수식어를 달게 된 북마케도니아는 숙원이던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작년 6월 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변경하는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EU와 나토 가입을 더 이상 막지 않기로 하는 역사적인 합의안에 서명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 집권하던 기간에 국명 변경에 완강히 저항하던 마케도니아는 2017년에 실용적인 성격의 자에브 내각으로 정권이 교체된 덕분에 전 세계 최악의 외교 분쟁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국명 변경 협상에 착수할 수 있었다.
양국 총리가 합의안에 서명한 이후 두 나라 모두에서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으나, 40대 초반의 젊은 두 총리는 역내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에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파 설득에 나섰다.
그리스 의회의 비준에 앞서 마케도니아 의회는 지난 11일 국호 변경안 등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아슬아슬하게 승인하고 공을 그리스 측으로 넘긴 바 있다.
그리스 의회는 당초 하루 전인 지난 24일 합의안의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찬반을 둘러싼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했던 탓에 토론 시간을 연장하고, 표결을 늦췄다.



치프라스 총리는 24일 밤 의회 연설에서 "양국의 협상과 토론, 대화가 이어져 온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과정의 종착지를 향하고 있다"며 합의안 비준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그리스는 이번 합의로 역사와 상징, 전통을 되찾을 것이고, 마케도니아는 우리의 친구이자 우방, 지역 협력과 평화, 안보를 위한 지원 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주 합의안에 불만을 품은 국방부 장관의 사퇴로 연정이 붕괴해 위기에 처했던 치프라스 총리는 난국 돌파를 위해 던진 불신임 투표라는 승부수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데 이어, 이날 합의안 비준까지 끌어내며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 대다수는 치프라스 총리가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 합의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여기고 있어, 그는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안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테네에서는 주말인 지난 20일, 양국의 합의안에 반대하는 약 10만 명의 인파가 대규모 시위에 나서 합의안을 부결할 것을 압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곤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하고, 경찰은 이에 최루탄을 터뜨리며 진압에 나서는 등 양측이 정면 충돌, 험악한 여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표결 전야에도 아테네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합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일부 의원들이 협박을 받는 사례도 보고됐다.
24일 밤 그리스 스카이 TV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에 찬성하는 사람은 27%에 그친 반면, 반대하는 여론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인 상당수는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한 이웃 나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합의안을 강력히 지지해 온 EU를 비롯한 서방은 마케도니아에 이어 그리스 의회도 합의안을 비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합의안이 발효되면, 약 30년에 걸친 양국의 해묵은 갈등이 해소돼 발칸반도의 안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이 실현돼 이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러시아의 계획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서방은 기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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