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 사태, 오늘 유엔 안보리로…美·러 '대리전' 비화(종합2보)

입력 2019-01-26 15:59   수정 2019-01-26 16:08

'두 대통령' 사태, 오늘 유엔 안보리로…美·러 '대리전' 비화(종합2보)
폼페이오 "과이도 임시수반 인정" 촉구…러시아 '내정간섭' 반대
마두로 "대화 용의"에 과이도 "가짜 대화"…권력충돌 갈수록 격화
마두로 "워싱턴 배후 언론 쿠데타"…이틀 만에 재등장 과이도 "내주 시위 계속"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김상훈 기자 = 재임한 니콜라스 마두로(56) 대통령과 '셀프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35) 국회의장의 충돌로 정국 혼돈 상태에 빠진 베네수엘라 사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로 넘어가게 됐다.
유엔 안보리는 26일(미국 동부시간) 미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 뉴욕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를 안건으로 하는 공개회의를 소집한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의에 참석,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 입장을 강조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과이도 의장을 과도정부의 합헌적 수반으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호르헤 아레아사 외교부 장관을 앞세워 미국의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주유엔 베네수엘라 대표부는 아레아사 장관을 안보리 회의 발언자 목록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는 상태라고 정통한 외교 관리가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내정간섭" "명백한 쿠데타 요청"이라고 일축하며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미국과 러시아간 '대리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러시아 측은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같은 주장에 반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역시 중국도 러시아와 함께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일부 외교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안건에 대한 토론개시 여부를 '표결'(Procedural vote)'로 정할 수도 있으나 결국 미국의 뜻대로 표결 없이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 현지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대화를 제의했으나 과이도 의장이 거부하고 길거리 투쟁에 나서겠다고 다짐하면서, 한 나라에서 두 대통령이 상존하는 '권력 투쟁'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네수엘라의 국가수반 자리를 놓고 과이도 의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고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가리켜 '이 젊은 남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나는 오늘, 내일 그리고 항상 국가적인 대화에 전념할 것"이라면서 "내가 가야 할 곳에 갈 준비가 돼 있다. 내가 발가벗은 채로 이 젊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은 워싱턴(미국)이 지원한 필사적인 행위"라며 "베네수엘라를 반대하려고 실제 상황을 왜곡하고 워싱턴의 개입 모델을 강요하며 압박하는 언론 쿠데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국 외교관들의 철수 명령을 완전히 준수하기를 희망한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3일 과이도 의장이 스스로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후 미국이 즉각 인정하자 미국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72시간 내 외교관들의 철수를 요청한 바 있다.
미 정부의 비필수 인력 철수 방침에 따라 베네수엘라에 주재하는 일부 미 외교관들과 가족들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에 맞서 과이도 의장은 같은 시간대에 카라카스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과이도 의장은 "그들은 억압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대신 가짜 대화를 제안한다"면서 "나는 세계와 이 정권에 분명히 해두고 싶다.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가짜 대화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서 자신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지 이틀 만인 이날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간 행방이 묘연하던 그는 마두로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간대에 맞춰 다시 등장해 "그들이 꽃을 꺾을 수는 있겠지만 봄이 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당국이 자신을 구금하려 하더라도 계속 투쟁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도정부 수립과 재선거를 관철하기 위해 다음 주에도 새로운 반정부 시위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은 군부를 향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거듭 촉구하는 한편 미 대사관 직원들이 베네수엘라에 계속 체류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국가수반 자리를 놓고 양분된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편을 가르는 '좌우 대립구도' 양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좌파 진영에 속한 멕시코와 우루과이는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권고해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의 동의를 전제로 중재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찾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24일 악화일로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반(反) 마두로' 진영을 주도하는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은 이날 과거 '이란-콘트라' 사건에 관여했던 매파 성향의 강경 보수 인사인 엘리엇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를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로 임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하려고 열리는 유엔 안보리 회의에 에이브럼스 특사가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과이도 의장의 도전이 거세지자 '흠집 내기'에 나섰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 장관은 카라카스 호텔에서 찍힌 감시 카메라 영상을 공개하며 과이도 의장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동영상에는 과이도 의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임시 대통령 선언 전날 밤 야구모자를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여당 대표인 디오스다도 카베요를 비밀리에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과이도 의장이 카베요 대표에게 '미국 관리들과 강력한 야권 지도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우니비시온 방송과 인터뷰에서 "카베요 대표는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회동을 부인했다.
한편, 러시아와 연계된 민간 용병들이 야권의 대규모 저항 운동으로 위기에 몰린 마두로 대통령의 신변 보호를 위해 베네수엘라로 파견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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