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방문서 연일 이민 문제 옹호 발언…트럼프 겨냥한 듯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파나마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82)이 모든 이민자를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낙인찍는 것은 "분별 없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2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진행된 '십자가의 길'(Via Crucis) 예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이민자를) 환영하고 보호하며 장려하고 통합시키는 문화를 조성하는 교회가 되기를 원한다"며 "낙인찍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되며 모든 이민자를 사회의 위협으로 보는 분별 없고 무책임한 비난에 빠져드는 교회는 더더욱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버림받은 사람들과 자신의 땅, 뿌리, 가족, 일로부터 강제로 쫓겨났거나 이를 빼앗긴 사람들을 환영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면서 "고통을 겪고 돌아다니고 이주를 했떤 예수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일간에 걸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끝내기로 합의한 지 몇 시간 뒤에 나온 것이다.
이번 셧다운은 57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충돌하며 시작됐다.
로이터는 이번 발언이 미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인 이민 문제에 또다시 개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발언은 또 작년 10월 중순부터 자국의 들끓는 범죄 등을 이유로 망명을 요청하며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교황은 '이민'을 주요 주제로 삼아 로마가톨릭교회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파나마를 방문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인 24일에도 세계청년대회 연설에서 '장벽 건설자'(builders of walls)를 비난하며 청년들에게 '다리 건설자'(builders of bridges)가 되라고 호소했다.
그는 파나마행 전용기 안에서도 장벽 문제에 대한 질문에 "두려움이 우리를 비정상으로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2016년 2월 멕시코 방문 때에도 교황은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공개 비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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