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 부하들 미국 재판서 3개월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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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미국에서 석 달여간 이어진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의 재판에서 악명높은 마약카르텔 범죄의 실상이 속속들이 파헤쳐졌다.
지난해 11월부터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스만의 재판에서 그가 이끌던 마약조직 '시날로아' 소속이었던 부하들 , 내연녀 등 총 54명이 털어놓은 증언 중 '충격적인' 몇 가지를 AFP통신이 27일 소개했다.
구스만의 회계사이자 시날로아 조직의 주요 간부였던 헤수스 삼바다는 구스만이 콜롬비아산 코카인을 1㎏당 3천 달러(약 330만원)에 산 뒤 뉴욕에서 10배가 넘는 3만5천 달러(약 3천920만원)에 되팔아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고 배심원단에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매년 평균 80t에서 100t의 코카인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3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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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만의 자가용 비행기 조종사이자 사업 매니저인 미겔 앙헬 마르티네스는 구스만에게 현금을 가득 실은 비행기 세 대가 하루에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증언에 따르면 미국에서 날아오는 비행기에는 800만∼1천만 달러(약 90억∼112억 원)가 실려 있었다.
구스만은 콜롬비아 운반책의 도움으로 공해상에서 보트로 멕시코에 코카인을 들여왔다.
1990년에서 1993년까지 멕시코로 수입된 코카인 양은 매년 약 25∼30t에 이를 것으로 마르티네스는 추정했다.
구스만은 마약 밀매로 축적한 검은 자본을 기반으로 멕시코에서만 95개 기업을 일으켜 연간 30억 달러(약 3조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미국 재무부는 파악한 바 있다.
구스만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구스만이 고용했던 살인청부업자 이사이아스 발데스 리오스는 구스만이 경쟁 관계에 있는 마약 밀매업자 세 명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것을 직접 봤다고 털어놨다.
그중 두 명은 목숨을 잃기 전 뼈가 여러 군데 부러진 상태였으며, 나머지 한명은 산 채로 땅에 묻혔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전했다.
구스만은 권총, 자동화기, 수류탄, 유탄발사기 등으로 무장한 100여명의 무장 호위대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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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보라는 뜻의 '엘 차포'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마약왕으로 불려온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 사이 200t이 넘는 마약 밀매를 포함한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 소지 등 1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멕시코에서 붙잡혔으나 영화를 방불케 하는 두 차례의 탈옥 사건으로 화제가 됐다.
결국 2016년 1월 멕시코의 한 가옥에서 다시 체포된 뒤 2017년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구스만은 뉴욕 맨해튼의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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